주가 반토막난 롯데쇼핑, 회복시점은 언제?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11.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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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오프라인 유통사업 부진에 내리막 걷는 롯데쇼핑…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해야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롯데쇼핑 (69,800원 ▲100 +0.14%)의 주가가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악화로 인한 불매운동 역시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올해부터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3분기가 지나도록 충족되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함께 주요 사업부문의 실적이 안정화되고 해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축소되면서 내년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주가가 이미 많이 하락한 것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인데, 롯데쇼핑이 과연 시장이 기다리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리막 걷는 오프라인 유통사업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사업은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은 연결기준 매출액 4조4047억원, 영업이익 8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영업이익은 56% 줄었다.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는 1850억원에 달했는데, 이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미친데에는 지난 5월 롯데인천개발 지분매입으로 인한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부과액 330억원이 반영된 탓이 크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 사업의 부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대형마트 사업부문의 3분기 매출액은 1조 6637억원인데 영업이익은 123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6%, 영업이익은 61.5% 감소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사업은 매출과 수익 모두 신장했으나 국내 점포가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파상공세에 마트간 가격할인 경쟁이 거세져 실적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대부분은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국내사업은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매출액은 9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줄었고, 영업이익은 334억원으로 48.4% 급감했다. 온오프라인 시장간 가격경쟁 심화로 인한 판매단가 하락과 계절가전 판매부진의 결과다.

올해 상반기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63조9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6% 늘었다. 특히 모바일 전자상거래 규모는 전체 온라인 쇼핑의 63.8% 수준을 차지한다. 향후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활성화되면 롯데쇼핑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그나마 백화점 사업이 선방했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 7322억원에 영업이익 1041억원으로 매출은 1.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6.8% 성장했다. 소비 양극화로 인해 전체 매출이 소폭 줄었으나 인천터미널점 편입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백화점의 판매관리비 효율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경우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하이마트 등의 자회사 역시 온라인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기대할 요소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형마트 일부 점포를 물류 거점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으로 이에 따라 하반기 마트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일관계 악화 겹치며 주가 반토막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며 소비자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선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롯데쇼핑의 관계사인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70%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두자리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해왔던 것을 보면 타격이 크다.

박신애, 이동현 KB증권 연구원은 "반일 감정으로 인해 에프알엘코리아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니클로는 연간 영업이익의 60% 이상이 4분기에 발생하는 계절성을 갖고있으나 4분기 유니클로 매출액 역시 40% 하락하고, 순이익은 49% 감소할 것으로예상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사업 부진과 한일관계 악화까지 겹치며 롯데쇼핑의 주가는 지난해 말 21만1000원로 출발해 지난 8일 13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8월16일 장중 한때 11만9000까지 하락하며 반토막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한일관계 분기점은 WTO(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양자협의…실적은 '글쎄'
한일관계에 대한 부담감은 최근들어 많이 완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분간 만난 것이 시작이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두번째 WTO(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양자협의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이번 양자협의는 지난달 11일 1차 협의에 이어서 열리는 것이다. 1차 협의에서는 양국 국장급 인사가 7월 수출규제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정부는 협의를 통해 합의점 도출을 위해 노력하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WTO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인 패널 설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경우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WTO 패널 절차는 통상 1~2년 걸리고, 상소 시 3년 이상 장기화될 수도 있다.

다만 아심 후세인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반까지 한일 관계의 추가 경색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본 관계자들의 일반적 평가"라며 "일본 정부는 내년 한국 총선과 도쿄올림픽 전까지 한일 관계의 추가 악화를 피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더이상 롯데쇼핑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 개선과 온라인 부문의 성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 역시 할인점과 슈퍼의 경우 현재 점포 구조조정 및 리모델링 진행 중에있어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실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정현, 이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주요 채널이 예상보다 경기 요인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어 4분기와 2020년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접근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닥까지 떨어진 주가, 회복 시점 점치기는 어려워…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현재 롯데쇼핑 주가는 2008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10만5436원)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시가 금융위기때였음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주가가 더 떨어지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 연구원 등은 "롯데쇼핑은 주당 5200원의 배당 지급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현 주가 수준에서 약 3.8%의 배당 수익률이 예상된다"며 "배당수익률을 고려할 때 주가의 하방 경직성은 확보됐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가장 긍정적인 시각은 4분기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방향성은 향후 영업이익 회복세에 달려있다고 판단하는데, 지난해 4분기는 청두HK 및 점포 구조조정 관련 일회성 영업손실이 총 914억원 반영되며 기저가 매우 낮다"며 "백화점과 할인점 부진세가 지속되더라도 추가적인 일회성 요인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큰 폭의 영업이익증가가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반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턴어라운드를 통한 적극적 매수 의견 제시는 부진 사업 부문의 실적 방향성 확인이 전제돼야 한다"며 "주가 하락 시 기다림을 전제한 매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다. 증권사의 한 PB는 "여전히 대형마트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어둡다"며 "현 주가가 저점이더라도 롯데쇼핑에는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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