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훈련불참 여행"은 오보…이승훈 선수 명예훼손한 기자 1심 벌금형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19.11.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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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재판부 "객관적 자료 없이 코치 등 말만 믿고 허위 기사 게재…면밀히 확인했어야"

이승훈 선수.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이승훈 선수.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승훈씨가 거짓말로 훈련에 빠지고 신혼여행을 갔다는 허위 기사를 작성해 재판에 넘겨진 주간지 기자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김상규 판사) 재판부는 정보통신만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종합주간지 기자 최모씨(36)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5월31일 '이승훈의 민낯'이라는 기사를 통해 국내외 대회 준비를 한다던 이씨가 거짓으로 훈련 불참 사유서를 제출하고 신혼여행을 갔다는 허위 기사를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기사는 오보로 확인됐다. 이씨는 2017년 3월27일부터 같은해 4월13일까지 아내와 여행을 다녀온 뒤 불참 사유서를 제출하고, 같은해 5월부터 10월까지 개인훈련 및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이외에 이씨가 거짓으로 훈련에 빠지고 여행을 간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또 지난해 2월27일 새벽 이씨 주거지 근처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씨와 아내에게 '쌓아온 모든 걸 잃는 걸 바라지 않는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도 받는다.

김 판사는 "이씨가 불참 사유서를 제출한 시기가 여행을 다녀오기 전인지 후인지가 매우 중요한 사실임에도 최씨는 객관적 자료 없이 코치 등의 말만 믿고 허위 기사를 게재했다"며 "통화기록만 확인했더라도 정확한 여행 시기를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의 신분을 고려할 때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중대한 명예훼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언론인인 최씨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해야 할 책무가 있었다"면서 "당시 사실확인이 충분히 안 된 상황에서 이씨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기사를 바로 작성해야 할 정도의 긴급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최씨가 게재한 기사내용이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이나 사회성을 갖춘 사안이거나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최씨는 미필적으로나마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과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재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문자메시지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최씨는 비교적 정중한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 요청이 불가피했다"면서 "신문기자로서 일상적인 업무 범위 내에 속하므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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