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대학생 의식불명…친중파 의원은 흉기 피습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1.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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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구급차 진입 막은 것 아니냐는 비판
'백색테러' 옹호 의원, 흉기로 급습당해

차우츠록이 추락한 홍콩 정관오 지역 지상 주차장. /사진=빈과일보 차우츠록이 추락한 홍콩 정관오 지역 지상 주차장. /사진=빈과일보


홍콩에서 다섯 달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인명피해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위대 측은 최루탄을 피하려다 추락한 대학생을 두고 경찰이 구급차 진입을 막았다는 비판하고 나섰고, 반정부 인사가 친중파 의원을 공격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시 무렵 홍콩과기대 2학년 차우츠록(22)은 시위가 벌어지던 정관오 지역에서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피하려다 지상 주차장 3층에서 13m 아래의 2층으로 떨어졌다.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머리에 삼각한 부상을 입었다.



차우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차우는 의식불명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동공반사나 자가호흡 등 두 차례 검사에도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뇌기능 손상 징후로, 뇌사일 가능성도 있다. 추락 당시 홍콩 경찰은 차우의 발견지점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최루가스를 발사 중이었다.

이어 현장에서 경찰이 구급차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와 당국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콩 명보는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등을 인용해 오전 1시 10분쯤 소방관과 응급의무요원이 도착했으나, 10분이 지나도록 응급차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목격자는 응급요원이 무전기를 통해 다급하게 응급차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진입을 막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과다출혈로 차우의 맥박은 40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결국 구급차는 오전 1시 29분쯤에야 도착해 차우를 싣고 1시 41분쯤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경찰 측은 "구급차나 구조요원 등 소방의 구조 인력을 막거나 방해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이 차우를 밀었다는 인터넷상 루머와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차우의 부상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홍콩 시민들은 병원 앞에 모여 그의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주차장에는 사고 진상을 알기 위해 '블랙박스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는 쪽지가 차 곳곳에 놓였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하며 차우의 회복을 기원하면서도 "이번 건은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6일 꽃다발을 든 남성에게 가슴을 찔린 주니어스 호 홍콩 입법회 의원. /사진=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6일 꽃다발을 든 남성에게 가슴을 찔린 주니어스 호 홍콩 입법회 의원. /사진=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한편, 친중파 의원이 급작스런 공격을 당해 흉기에 찔리는 일도 벌어졌다. SCMP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4분쯤 주니어스 호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툰먼에서 선거 지원 유세 도중 꽃다발을 들고 접근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렸다. 이 남성은 호 의원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는 척하며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호 의원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흉기를 휘두른 남성과 호 의원, 경호원 2명 등 총 4명이 다쳤다.


호 의원은 지난 7월 흰옷을 입은 남성 100여 명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공격한 '백색테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호 의원은 흰 티셔츠를 입은 남성들이 악수하는 영상이 확산되며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호 의원은 테러와 직접적 연관성은 부인했으나, 이 사건으로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은 이를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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