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래싸움, 한국 새우등 '팍' 터진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1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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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미중 상호간 예정된 관세 부과시 한국 성장률 0.34%p 하락 전망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양국이 이미 예고한 관세만 예정대로 부과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4%p(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중국 내수 둔화에 따라 대중국 수출 비중이 26.8%에 달하는 한국의 피해는 타이완 다음으로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급격한 쇠퇴에 따른 한국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규제완화, 부실기업 정리 등 경제체질 개선이 요구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KDI는 4일 '중국경제의 위험요인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주요 실물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며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중국 성장률 둔화는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중간 무역협상이 부분 타결되면서 미국은 이달 중 예정됐던 대중국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하지만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못할 경우 미국이 대중국 수입관세를 올해 안에 거의 전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공표하고 있고, 중국은 지난해 이미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뒤 관세율을 올리고 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이 일부 관세 부과를 유예했어도 이미 대부분의 관세부과가 실현된 상황"이라며 "이미 부과한 관세의 영향이 내년에 집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양국간 관세부과가 △중국 내 기업의 실적 △중국 가계 및 은행 건전성 악화 △중국 자산시장과 정부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우선 최근 중국 기업의 수익성이 민간을 중심으로 크게 낮아진 가운데 최근 들어 채무불이행 기업 수가 빠르게 증가해 기업부문이 대외 충격에 취약한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에서 올해 은행이 파산한 사례가 발생하고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소 민간기업 위주로 자금난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회사채 불이행 규모가 2017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나고 은행 전체 부실 규모가 최근 3년간 50% 이상 증가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될 경우 가계·기업뿐만 아니라 토지판매로 재정의 25% 가량을 확보하던 지방정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중국 정부가 재정·통화 정책으로 미중 무역갈등의 피해를 상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49.8%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최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재정 적자가 GDP 대비 6% 수준까지 확대됐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여력도 있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이 가계 및 기업의 신용 팽창을 다시 확대시킬 수 있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KDI는 무역갈등에 따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 내부의 경기 위축 우려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상당 기간 제약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경제는 확장재정, 완화정 통화정책 조합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태 실장은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기업의 건전성이 이 충격을 흡수하는 1차 관문"이라며 "한국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물적·인적자원이 이동할 수 있도록 기업의 진출입이 보다 수월해지는 방향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탈세계화 과정에서 대두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자유무역협정 확대 등에 치중해온 통상정책도 안보, 기술, 공정거래 등 다양한 이슈를 포괄하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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