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냉동 컨테이너 참사 배경엔…'선 넘는' 베트남 청년들

뉴스1 제공 2019.10.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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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내 합법노동보다 유럽 불법노동 임금이 훨씬 높아
밀입국 알선책에 돈 주고 위험한 여정 감행

베트남의 한 여성이 영국 '냉동 컨테이너 참사' 희생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베트남의 한 여성이 영국 '냉동 컨테이너 참사' 희생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에식스주에서 39명의 시신이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6여명은 베트남 국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배경엔 베트남 젊은이들의 유럽 밀입국 사례가 흔해진 현실이 있다고 CNN이 전했다.

28일 CNN에 따르면 베트남 중북부 응에안 성의 한 마을에는 '라인'이라는 은어가 있다. 공장 생산시설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바로 젊은이들의 유럽 밀입국을 알선하는 그림자 접선책을 의미한다.



이 마을에서 3층짜리 집을 짓고 사는 판 반 뚜엉(64)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막내아들이 독일에서 일하며 이 집을 짓는 데 비용을 보탰다고 밝혔다. 그는 발코니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을 가리키며 "농부들은 더 이상 벼를 키워서 돈을 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논의 대부분은 방치돼 있었다. 젊은이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베트남에서 합법적인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유럽에서 불법 근로자로 일하는 게 더 많은 돈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길고 위험한 여정을 선택하는데 그 과정에서 '라인'에 웃돈을 주곤 한다고 CNN은 전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레 민 뚜언(58)은 자신의 아들 반하가 냉동 컨테이너에서 숨진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21일에 마지막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때 아들 반하는 "영국으로 가는 트럭에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반하는 30세가 되던 지난해 7월 베트남을 떠났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터키와 그리스에 머문 뒤 영국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들을 돕기 위해 레씨는 7억동(3500만원)에 달하는 밀수 수수료를 '라인'에 지불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다. 집과 땅도 담보로 잡혔다.

그의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사는 당 티 하도 자신의 아들이 지난주 초 전화를 걸어 "영국으로 가는 트럭에 타기 전에 행운을 빌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며칠째 소식이 없었다. 그 역시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된 시신 가운데 아들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당씨는 아들 보 응옥 남(28)이 지난해 루마니아의 한 공장에서 일하기로 계약하고 합법적으로 그곳에 갔지만 약속된 임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가족은 아들을 독일로 보내기 위해 2억동(1000만원)을 내줬다. 하지만 보는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영국에 가길 원했고, 좀더 비싼 '라인'에 돈을 내고 영국에 밀입국하겠다고 밝혔다.

당씨는 "그 '라인'은 100% 성공률을 보장한다고 했기에 정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CNN은 영국이 바로 베트남 국적 불법 근로자들에게 각광받는 행선지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영국 국가범죄국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에서 알바니아에 이어 가장 인신매매 의혹이 많이 제기되는 나라다. 작년에만 '현대판 노예' 사건이 700건 이상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영국과 베트남 정부는 인신매매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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