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쿠르드 갈등에 ‘끼인 고래’ 독일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0.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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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쿠르드인 거주...나토 협력국 터키 비난에도 한계

9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앞에 수백 명의 쿠르드인이 시리아 내 쿠르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9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앞에 수백 명의 쿠르드인이 시리아 내 쿠르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


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수백 명의 쿠르드족 단체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독일 정부가 터키-쿠르드 간 시리아 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터키와 쿠르드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독일 정부가 난처해졌다. 터키와 쿠르드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어색한 줄타기를 해오면서다.



독일에는 쿠르드인과 터키계 주민 200만 명 이상이 산다. 중동 외 지역으로선 가장 많은 쿠르드인이 거주하고 있다. 터키·쿠르드 양측 모두와 관계 맺은 서방국가는 여럿 있으나 특히 독일에서 정부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한 이유로 볼 수 있다.

독일은 UN(유엔) 국가로서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 인도주의적 구호를 제공하고 있다. 물적 지원뿐 아니라 북부 이라크에서 쿠르드 군사를 훈련하는 데도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원으로 터키와도 손잡고 있다. 터키 공군과 나토 지역 정찰 임무를 함께 한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주둔하던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 발언 후 나흘 만인 9일 터키는 쿠르드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행했다. 미국, 프랑스, 이집트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터키의 군사공격을 우려하면서 독일도 이에 동참했다. 크리스토퍼 버거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터키의 조치는)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새로운 난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입장을 냈다.

전문가들은 쿠르드 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1만2000여 명의 수니파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 일원들이 터키-쿠르드 갈등을 틈타 탈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의 탈출로 시리아 지역 정세가 악화할 경우, 서유럽 국가 중 쿠르드인이 가장 많은 독일로 난민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독일 최대 쿠르드 공동체 KGD 등 단체들은 ”정부가 애매하게 굴고 있다“며 ”독일은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흐메트 탄리베르디 KGD 부회장은 ”독일 정부의 말뿐인 비난과 걱정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정부는 지금처럼 ‘시리아 내전에서의 살상은 우리와 관련 없다’는 식으로 팔짱을 끼고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쿠르드 단체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을 압박할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터키의 나토 회원 자격에 의문을 표하는 것, 다른 하나는 경제 제재다. 그들은 독일 정부가 터키의 나토 회원 자격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공격 행위를 억제할 수 있고, 터키에 무기 수출을 금지하거나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시위에는 쿠르디스탄노동자당(PKK)도 등장했다. PKK는 1984년부터 터키 내에서 쿠르드의 자치권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단체로, 미국과 유럽연합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명돼 해당 국가 내 활동이 금지돼있다. 단체는 앞으로 정부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9일엔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도 수백 명의 쿠르드인이 모여 터키의 군사행동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는 ”독일 정부는 터키를 비난하면서도 쿠르드 정치 조직 PKK의 활동도 금지하는 기존 방침을 견지하고, 양측 모두에 군사적 지원도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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