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혼여행지' 아프리카 모리셔스… 대표음식은 '커리'?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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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모리셔스 그리고 다인종 국가 ①] 영국 통치시절 노예제도 폐지로 인도에서 계약 이민자 대량유입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사진=모리셔스 관광청/사진=모리셔스 관광청


'꿈의 신혼여행지' 아프리카 모리셔스… 대표음식은 '커리'?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모리셔스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했고, 그 다음으로 천국을 만들었다."

모리셔스가 천국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산호초로 가득한 높고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울창한 초록빛의 원시림 등 빼어난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한 말이다.



아프리카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모리셔스는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동쪽으로 750㎞ 떨어진 곳에 있다. 해저 화산이 폭발하며 솟은 섬으로, 면적(2040㎢)은 제주도(1848㎢)와 유사하다. 모리셔스는 유럽의 부유층, 고령 은퇴자들이 겨울 휴가를 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에도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져있다. 인도양의 절경 속에서 다양한 해양 레포츠와 관광을 즐길 수 있어서다.

해변가엔 고급 리조트가 즐비하고, 내륙에는 사자와 같은 아프리카 야생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사파리, 북서쪽의 수도 포트루이스 시가지 투어, 마운틴 트래킹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그런데 다녀온 사람들 평은 한결 같이 특이하다. 정말 좋았는데, 정말 신기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도 모두 같다. 분명 아프리카를 갔는데, 의도치 않게 인도를 흠뻑 느끼고 왔다는 것이다.
모리셔스 치킨 커리 레시피 /사진=구글 검색 결과모리셔스 치킨 커리 레시피 /사진=구글 검색 결과
아프리카 국가 모리셔스에선 곳곳에서 인도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대표 음식은 인도 커리로, 커리 음식점을 정말 쉽게 찾을 수 있고, 호텔에서 뷔페 식사를 하더라도 커리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신기한 건 더 있다. 분명 공용어는 영어이고, 프랑스어나 아프리카 크레올어 등도 사용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인종적으로 인도인의 특징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의문은 모리셔스의 대표 관광지, 그랑 바생(Grand Bassin)을 가면 절정을 이룬다. 그랑 바생은 해발 약 1800피트(약 550m) 사화산 분화구에 위치한 호수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호수는 인도 고유의 종교인 힌두교 상징물로 가득차있다. 시바신을 숭배하는 신전이나 시바, 하누만, 간가, 가네쉬 등 대형 신상이 가득한 이곳은 힌두교 성지로 여겨진다.

이곳은 갠지스(Ganges, Ganga)의 호수(Talao)라는 뜻을 담아 '강가 탈라오'(Ganga Talao)라고도 불리는데, 1972년 인도의 성스러운 강 갠지스강의 일부 성수를 여기에 옮겨 따랐기 때문에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모리셔스 그랑 바생(Grand Bassin) /사진=위키커먼스모리셔스 그랑 바생(Grand Bassin) /사진=위키커먼스
분명 인도와 모리셔스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은데, 대체 어찌된 일일까.


모리셔스에는 현재 약 135만명의 인구가 있다. 이중 인도계가 약 90만명으로 전체 비율의 약 68%를 차지한다. 반면 아프리카계의 크레올(혼혈인 포함)은 27%밖에 안 된다. 이외에 중국계 3%, 프랑스계 2%로 다인종 국가다. 종교도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지배적인 건 힌두교(52%)다. 그 뒤는 기독교 28.3%, 이슬람교 16.6%, 기타 3.1% 등의 순이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인도인이 이처럼 많은 데는 영국 식민지배의 역사가 있어서다. 모리셔스는 과거 무인도였다가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식민지를 거쳤다. 식민 지배자들은 벌목이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원주민을 데려와 노예로 부렸다.
그랑 바생(Grand Bassin) /사진=위키커먼스그랑 바생(Grand Bassin) /사진=위키커먼스
하지만 영국 통치시절이던 1835년, 노예제도가 폐지됐다. 최후의 식민종주국인 영국은 주민의 7할에 달하는 노예를 해방시켜 백인과의 차별을 금지했다. 동시에 이로써 초래된 노동력의 부족은 45만명에 이르는 인도인의 계약 이민을 통해 해결했다. 이후 모리셔스는 지속적으로 인도, 아시아에서 계약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 노동력을 대체했다.

지금의 모리셔스인 상당수가 당시 이주노동자의 후손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나라이지만 인도의 특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화폐 단위도 '모리셔스 루피'(MUR)다. 모리셔스로 대거 이민온 인도인들이 루피를 챙겨오면서 인도 루피를 기반으로 한 본 통화가 메인화됐기 때문이다. 1968년에 공식적으로 독립한 뒤부터 모리셔스 루피는 모리셔스의 공식 통화가 됐다.
모리셔스 시우사구르 람굴람 경 국제공항  Sir Seewoosagur Ramgoolam International Airport/사진=위키커먼스모리셔스 시우사구르 람굴람 경 국제공항 Sir Seewoosagur Ramgoolam International Airport/사진=위키커먼스
모리셔스인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자 모리셔스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시우사구르 람굴람 경(SSR·Sir Seewoosagur Ramgoolam) 역시 인도계 모리셔스인이었다. 그는 영국 유학 중이던 1932년 영국을 방문한 간디의 연설을 듣고 '비폭력 독립 운동'에 매우 감명 받았다. 이후 1961~1982년 초대총리를 지내면서 1968년 3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끌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처럼 다인종 국가이자, 인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인 모리셔스에서는 의외로 인종간 갈등 국면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평화롭고, 안정적 발전을 해나가는 나라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에서 두드러지게 잘 살 뿐만 아니라, 발전 가능성까지 높아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라는 별명도 얻었다. 다음 편에서는 무인도였던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 모리셔스가 어떻게 이렇게 잘 발전하게 됐는지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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