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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 생리 기간, 죽어나가는 여성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9.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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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네팔 그리고 생리 ①] 힌두교, 생리를 재앙과 불운의 상징으로 봐… 생리기간 여성들 헛간 등에 격리

차우파디로 헛간에 격리된 한 네팔 여성. /AFPBBNews=뉴스1차우파디로 헛간에 격리된 한 네팔 여성. /AFPBBNews=뉴스1




네팔에선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이유로 여성들이 죽어나간다.

2010년 1월, 11세 소녀는 헛간에 격리돼 있다가 탈수와 설사로 사망했다. 소녀의 가족과 이웃 모두 '소녀를 만지면 불순해진다'고 믿어 병원으로 데려가기를 거부해 상태가 악화됐다. 2010년 12월, 한 여성이 헛간에 머무르다가 독사, 전갈 등에 물려 사망했다. 2016년 12월, 21세 여성이 헛간에 격리돼 있다가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몇 주 뒤 15세 소녀 역시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2017년 5월, 14세 소녀가 헛간에 격리돼 있다가 감기가 심해지며 사망했다. 2017년 7월, 19세 소녀가 뱀에게 머리와 다리를 물려 사망했다. 2019년 1월, 35세 여성과 그의 두 아들(각각 9세, 12세)은 헛간에 격리돼 있다가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2019년 2월, 21세 여성 역시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차우파디로 격리된 여성 /사진=AFP차우파디로 격리된 여성 /사진=AFP
여성을 생리 기간 가족과 격리하는 '차우파디'(chhaupadi) 관습 때문이다. 차우파디란 나이에 상관없이 생리 중인 여성이나 갓 아기를 낳은 산모를 부정한 존재로 보고 가족으로부터 격리해 헛간 등에 머물게 하는 관습을 말한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5∼49세 네팔 여성의 19%가 차우파디를 겪었고, 중부와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우파디 관습으로 인해 생리기간 여성들은 가족들과 정상적으로 생활하거나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금지되며 주택이나, 사원 등에도 들어갈 수 없다. 당연히 이 기간 학교를 가는 것도 금지된다. 이 기간 타인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타인(특히 남성)과 접촉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는 월경혈이나 출산혈이 재앙과 불운을 몰고 온다는 힌두교의 믿음에 기인한다.

부엌에 들어가 음식 등을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인식 때문에 금지된다. 부엌에서 요리된 음식도 먹을 수 없다. 홀리 바질(향신료 풀·녹색 작물의 일종) 등 녹색 작물을 만지면 녹아버린다는 인식이 있어 이 기간엔 여성이 이것을 만지거나 섭취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힌두교에서 '신성하거나 순수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인 소, 물 등과의 접촉도 엄격히 금지돼있다. 소를 만지는 것뿐만 아니라, 소에서 난 우유나 버터 등을 먹는 것 등도 금지돼 있어, 생리 중인 차우파디 여성은 밥, 소금, 렌틸콩, 시리얼, 소금만 뿌려진 납작한 빵 등만 먹을 수 있다. 또 수도꼭지나 우물 등 물 공급원과도 접촉할 수 없다.

헛간에 격리된 여성들은 헛간에 들어오는 침입자나 동물로부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겨울 추위나 여름 더위 등을 겪어야 한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헛간에서 불을 피웠다가 연기를 들이마셔 사망하는 일이 잦은 이유다. 대다수 헛간은 평소 소 등 가축이 사는 곳이어서 배설물에 감염되는 일도 잦다.

차우파디로 격리된 여성들 /사진=AFP차우파디로 격리된 여성들 /사진=AFP
라나바트 등의 바디야, 카일라리 지역 12~49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차우파디 관습으로 인해 많은 네팔 여성들은 배뇨 장애나 생식기 가려움증 등을 겪고 있다. 생리 중에 격리된 여성들이 벌레 등이 가득한 맨 바닥에서 자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청결을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생리 기간 불결하다고 여겨져 자주 씻을 수 없고, 생리대로 쓰는 헝겊 등을 자주 빨 수 없으며, 햇볕에 생리대를 말릴 수도 없다.

네팔 여성의 89% 즉 대부분이 집에서 아이를 낳는데, 모성혈을 더럽다고 보아 차우파디 하는 관습 때문에 네팔에선 모성사망률도 높다. 네팔 모성사망률은 10만명 당 229명으로, 네팔은 유엔밀레니엄개발목표에 따라 모성사망률을 4분의 3으로 줄이려고 노력했던 국가였다.

생리 여성에 대한 신체적 폭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자와할랄 네루대학교의 2015년 '네팔 극서부지역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폭력' 연구에 따르면 조사 여성 중 68.18%가 차우파디 격리 중 과도한 출혈을, 52.27%는 생식기 감염을, 34%는 폐렴과 신체 통증을, 17%는 자궁탈출을, 11.36%가 빈혈을 겪었다고 답했다.

차우파디 기간만을 노리는 강간범도 적지 않다. 네팔 여성 사팔타 로카야는 가디언에 "밤만 되면 남성들이 헛간에 찾아와 괴롭힌다"며 "부모님이 밤에 남성들을 겨우 쫓아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제점들 때문에 네팔 대법원은 2005년 차우파디를 인권침해라고 명명하며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차우파디가 공공연하게 행해지자 2017년 8월 네팔 의회는 만장일치로 차우파디를 강요한 이를 처벌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2018년 8월 발효됐다. 이제 차우파디를 강요한 사람은 3개월 징역형과 함께 3000네팔루피(약 3만2000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생리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여전히 차우파디가 행해지는 실정이다. 힌두교 지도자들이 이 같은 믿음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어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힌두교 영적지도자 다미 자카리는 가디언에 "여성들도 차우파디 격리 기간을 좋아한다"면서 "결혼하고 싶은 남성들이 알아서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 중 여성을 만져서는 안된다"며 "정말로 몸이 아파진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교육을 통해 이 같은 인식을 체화한다. 라나바트 등의 연구에 따르면 바디야, 카일라리 지역 12~49세 여성 중 57.7%가 "차우파디를 하지 않으면 가족이나 지역 사회에 나쁜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 56.7%는 "생리하는 여성이 녹색 채소를 만지면 작물이 죽을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더 큰 문제는 결국 여성들이 생리현상과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이 차우파디가 지속되는 이상 네팔에서 성평등은 요원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사팔타 로카야는 "생리 기간 가축 헛간에 격리돼 소똥 위에서 잠을 자고, 동물들이 내 몸 위를 밟고 지나갈 때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며 "첫 생리가 시작되고 차우파디에 격리된 뒤 난 생리를 절대 하지 않기만을 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을 격파하기 위해 같은 힌두 문화권인 인도에서 2015년 P&G 위스퍼는 '피클을 만지자'(Touch the pickle) 캠페인을 벌였다. '생리 중인 여성이 피클병을 만지면 피클이 상한다'는 인도의 미신을 깨뜨리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10대 여성들을 주축으로 약 300만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피클병을 만지며 생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섰다. 이 캠페인은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뜨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을 받으며 2015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양성평등과 관련한 '글래스 라이온'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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