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부채의 악순환'…중남미, 해결책은 있을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10.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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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남미 부채 위기랑 비슷한 상황…정부 부채 GDP의 78%, 10년 전에는 51%

편집자주 중남미가 들끓고 있다.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하고 안정적이라던 칠레를 비롯, 베네주엘라 아이티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에쿠아도르에 이르기까지. 포퓰리즘, 좌우 대립, 정치실종 원인은 조금씩 달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핵심이다.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중남미가 부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등에 기반한 정부 차입확대와 복지 정책이 지속됐지만 산업구조 개혁에는 실패했고 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못 했다. 석유·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경기 침체가 찾아와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됐고 시민들은 당장 더욱 가난해질 것을 우려해 복지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국가들의 총 부채는 중남미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 51%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2000년대 초반 원자재 열풍이 불면서 호황을 맞이했고,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각국이 복지를 확대한다며 빚을 늘렸기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가 2016년 국민 1명에게 지출한 사회복지비용은 894달러로, 2002년 453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사회복지지출도 GDP의 8.5%에서 11.2%로 뛰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원자재 열풍이 끝나면서 중남미가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최근 몇 년간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채 부담은 더욱 커졌다. 불안해진 해외자본이 시장을 이탈하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해 3월까지 달러당 20페소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재는 달러당 58페소를 넘긴 상황이다.



올해 들어 금리는 인하됐지만 이미 중남미 경제는 불황에 빠졌다. 중남미의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0.2%로, 지난 5년간의 0.6%에 비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1980년대 중남미 경제를 붕괴시킨 '중남미 부채 위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1970년대 고유가에 힘 입어 연 평균 4.1%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중남미 국가들은 저금리 기조 속 해외 은행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손쉽게 빌릴 수 있었다. 정통성 없는 군부독재자들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산업구조 개혁과 인프라 투자를 명목으로 빌린 자금을 복지 지출에 사용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미국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19%까지 올리면서 중남미는 부채 상환 능력을 상실했다. 산업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장기 성장 동력도 부족한 가운데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지게 됐다. 1975년 중남미의 대외채무는 750억달러였지만 1983년에는 3150억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1982년 멕시코가 디폴트를 선언, 다른 국가들도 그 뒤를 이으면서 위기가 발발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이에 대해 "(부채 위기로) 쿠바를 제외한 중남미의 모든 독재정권이 민주적으로 뽑힌 정권으로 교체되며 끝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28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당선되자 한 지지자가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로이터.<br>
28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당선되자 한 지지자가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문제는 이번에는 부채 위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소득층이 빈곤에 시달리면서 막대한 부채를 줄이려는 정부의 개혁에 대한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칠레 정부는 최근 지하철 요금 50원을 인상했다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이를 철회했다.

2012년 경기가 둔화하면서 복지 축소를 공약해 당선됐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복지 정책 강화를 약속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선 후보에게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완패해 대통령 자리를 내줬다.

긴축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생활고가 겹치자 아르헨티나 시민들이 정권 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인구의 32%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정부 지출로 가난해진 이들이 복지 축소로 더욱 가난해질 것을 우려하면서 부채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남미 사람들이 불평등을 바로잡고 복지를 확대한다는 이유로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정치인들은 긴축을 시행해야하지만 강한 반발에 쫓겨날 처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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