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EF규제, 정교해져야 한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9.10.2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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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사모펀드) 활성화법은 물건너갔다. 당분간 PEF는 주가조작 등 부정한 방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이나 활용하는 부정적인 투자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다." 한 중견 PEF 운용사 대표의 탄식이다.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PE 논란 이후 PEF는 주가조작이나 탈세 등을 위해 활용되는 투자수단이라는 오해가 커졌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 사태나 금리연계형 DLF(파생연계펀드) 등 일련의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지며 '사모'(私募)라는 단어 자체가 불온한 뉘앙스로 통용되고 있다.



PEF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못내 불편하다. 일정 숫자 이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한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을 뿐, 자금운용 규모나 방식 등 전반적인 면에서 문제된 곳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법 테두리 안에서 멀쩡히 운영되던 PEF까지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최초로 PEF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 PEF는 자금조달 방식은 물론이고 투자방식, 투자기간 등 외국계 PEF에는 적용되지 않은 역차별을 받아왔다. 정규 자본시장 등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에 단물과도 같은 자금을 공급해왔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역차별성 규제라도 풀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발의된 법안은 1년이 다 돼 감에도 아직 상임위원회에서도 통과가 되지 않았다. 내년 5월 20대 국회임기가 끝나면 그나마 가까스로 마련된 이 법안도 폐기된다. 지금처럼 '사모'라는 단어에 부정적 반응이 큰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새로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졌다.

수개월 전만 해도 '사모펀드 활성화'를 고수하던 금융당국도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을 퇴출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이들은 없다. 기존 PEF 업계는 오히려 시장 정화 움직임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적절한 업자의 퇴출에만 몰두하고 필요한 규제완화는 덮어버린 당국과 정치권에 있다. 잡초만 뽑으면 될 일을 밭을 갈아엎는 것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기자수첩] PEF규제, 정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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