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시 확대" 지시에 고교학점제 '위기'…대학도 "글쎄"

머니투데이 조해람 기자, 김경환 기자 2019.10.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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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발언에 교육계 파장…고교학점제 난항 예상돼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정시 확대에 선을 그어 온 교육부의 방침과 충돌함은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 도입'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정과제 '고교학점제' 난항 예상

23일 교육계에서는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시가 확대되면 학교 수업도 수능에 맞춰 입시 위주 수업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도 정시가 확대되면 창의적 진로교육과 체험학습이 위축되고 줄세우기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정청 '엇박자'에 교육계 혼란 가중도

정치권의 요구에 교육정책이 휘둘리면 혼란만 커진다는 비판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논평을 내 "대학입시 제도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지난 9월 '대입제도 개편' 언급에 이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시 확대를 계속 주장해온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조차 이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원칙적으로 교육정책의 민감성과 안정성,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이리 저리 휘둘리는 것은 절차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백년대계'라 불리는 교육정책에서 당·정·청이 서로 엇박자가 나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우린 수능이 싫다" 대학 반발도 변수

또 다른 문제는 대학들도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달 8일부터 16일까지 회원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9개 대학 중 52.8%인 47개교가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은 30% 이하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각 대학에 권고한 '정시 비중 30% 이상'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하는 응답이다.


이에 대해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 컨퍼런스' 기자회견에서 "지금 수도권 내 대학들은 수능을 매우 불신하고 있다. 오지선다형 평가가 오래되다 보니 '외우기'가 됐는데, 대학들은 '수능 점수만 봐서는 정말 좋은 학생을 뽑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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