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1년 남았는데… 페북, 가짜계정 무더기 삭제

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2019.10.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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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대선 앞두고 러시아·이란발 '가짜' 계정 180여개 삭제

인스타그램 로고 /사진=로이터인스타그램 로고 /사진=로이터


페이스북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분열을 조장하는 러시아 연루 ‘가짜’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21일(현지시간) 무더기로 적발해 삭제했다. 소식을 보도한 미 언론들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여론을 교란시킨 러시아 '트롤'(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여론조작에 앞장서는 사람)이 활동을 재개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페이스북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어나는 ‘조직적인 가짜 활동’을 식별하고 삭제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총 4개의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네트워크에 포함된 180여개 계정을 폐쇄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4개의 네트워크 중 하나는 러시아와 연루된 것으로, 2016년 미 대선 당시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와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IRA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댓글부대’로, 지난 미 대선 때 온라인에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네트워크에 포함된 50개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1개의 페이스북 계정은 총 24만 6000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이 중 약 60%를 차지하는 미국 거주 이용자들을 주로 겨냥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들 계정은 미국 선거, 환경 문제, 인종 갈등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글을 올렸으며, 자신을 미 대선의 경합주(州) 거주민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자료분석을 맡은 조사업체 그래피카에 따르면, 이들 계정은 진보와 보수 등 여러 정치 스펙트럼의 미국인 행세를 하면서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출마에는 공통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피카의 벤 니모 조사단장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양 진영에서 공격하는 데 조직적인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CNN은 이처럼 양쪽 모두에서 비난받는 후보로 보이게 하는 전략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 러시아 댓글부대가 사용한 전략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페이스북이 폐쇄한 나머지 3개 네트워크는 이란과 관련 있다. 135개가 넘는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한 이들 네트워크는 미국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이용자들을 겨냥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 미국 내 인종 문제 등에 관한 글을 올렸다.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페이스북과 미 언론들은 이 같은 가짜 계정들의 활동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페이스북의 나다니엘 글레이셔 사이버보안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이 작전이 미국의 여론전을 겨냥하며, 현재 미국에서 분열을 촉발하는 정치 이슈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NN은 이 소식을 ‘러시아 트롤들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러 돌아왔다’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NBC도 전문가를 인용해 인스타그램이 내년 대선에서 ‘가짜뉴스 전장’이 될 것이며 “이미 첫 번째 전투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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