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 19일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발한 시위가 격화되자 15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군부독재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에콰도르도 지난 3일 유류보조금 삭감 조치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달 들어 정부의 복지 축소 정책에 반발해 발생한 시위로 남미에서만 비상사태가 두 차례 선포된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가 결국 13일 삭감 조치를 철회하며 시위는 진정됐지만 8명이 숨지고 1350여명이 부상당했다.
온두라스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 마약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 퇴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 탄압과 경제난을 피해 최소 4백만 명이 해외로 피난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다니엘 커너 상무이사는 "중남미 어느 곳을 가도 재정난에 빠진 인기 없는 정부가 화난 유권자들과 맞서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은 부패와 열악한 공공 서비스, 경제 활력이 사라진 현실에 지쳐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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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민들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원자재 붐이 불면서 경제가 호황을 맞자 중남미 국가들은 정부 지출을 늘렸다. 그 결과 올해 중남미 국가들의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 51%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그러나 원자재 붐이 끝나면서 중남미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중남미의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0.2%로, 지난 5년간의 0.6%에 비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남미의 지난 대선에서 경제 위기 극복 및 개혁을 약속한 우파 후보들이 대거 집권했지만 개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블룸버그는 "중남미인들이 불평등을 바로잡고 복지를 확대한다는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요구한 긴축정책을 또다시 거부하고 있다"면서 "정치인들은 긴축을 시행해야하는 입장이지만 엄청난 반발에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펠리페 라레인 칠레 재무장관도 지난 주말 열린 IMF 재무장관 회의에서 "경제 개혁은 쉽지 않다"면서 "(정치적) 논쟁은 이길 수 있겠지만 선거에서 패배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남미에 다시 포퓰리스트 정권이 집권해 재정난이 악화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선 후보는 긴축 정책 완화를 공약, 8월에 열린 예비선거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 진영에 압승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포퓰리스트인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아르투로 에레라 멕시코 재무장관도 지난 IMF 회의에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긴축보다는 분배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