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수학 모델 통해 세포 의사소통 방법 규명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2019.10.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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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들이 넓은 공간에서도 신호의 동기화 이루는 방법 발견

카이스트(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라이스 대학 매튜 베넷, 휴스턴 대학 크레시미르 조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합성생물학과 수학적 모델을 이용, 세포들이 넓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10월 1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세포들은 신호 전달 분자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데 이 신호는 보통 아주 짧은 거리만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세포들은 넓은 공간에서도 상호작용하며 동기화를 이뤄낸다.

연구에 사용된 두 박테리아 사이의 생물학적 회로 디자인과 그 기능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 편미분방정식의 일부분./자료제공=KAIST연구에 사용된 두 박테리아 사이의 생물학적 회로 디자인과 그 기능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 편미분방정식의 일부분./자료제공=KAIST


이는 마치 넓은 축구장에 수만 명의 사람이 주변 3~4명의 박수 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박자로 손뼉을 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만든 전사 회로를 박테리아(E. coli)에 구축해 주기적으로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제각기 다른 시간에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하던 박테리아들은 의사소통을 통해 같은 시간에 주기적으로 분자를 방출하는 동기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박테리아를 넓은 공간으로 옮겼을 땐 이러한 동기화가 각 박테리아의 신호 전달 분자 전사 회로에 전사적 '양성 피드백 룹'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양성 피드백 룹'은 단백질이 스스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전달받은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역할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편미분방정식을 이용, 세포 내 신호 전달 분자의 생성과 세포 간 의사소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전사 회로를 구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편미분방정식이 필요했고 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스템이 주기적인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에 착안, 고차원 시스템을 1차원 원 위의 움직임으로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박테리아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원 위를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두 점의 상호작용으로 단순화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양성 피드백 룹'이 있으면 두 점의 위치 차이가 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차이가 줄어들어 결국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김재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학적 분석 결과를 실험을 통해 검증해 넓은 공간에서 세포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규명한 것"이라며 "이러한 원리는 수학을 이용한 복잡한 시스템의 단순화 없이는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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