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서 폭탄 터져…'복면 벗긴' 정부, 추가 조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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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폭탄 첫 등장, 경찰 흉기공격 등 폭력 수위 높아져… 경찰·정부 대책 고심 중

13일 홍콩 동부 청콴오에서 일어난 시위 도중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로이터13일 홍콩 동부 청콴오에서 일어난 시위 도중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넉 달째 이어지는 홍콩 시위가 한층 과격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가 사제폭탄과 흉기로 경찰을 위협하면서 홍콩 정부는 또 다시 시위 진압을 위한 강경 조치를 고심 중이다.

14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몽콕의 파이프스트리트와 나단로드 사이 교차로 덤불에서 시위대가 설치한 사제폭탄이 터졌다. 지난 6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사제폭탄 사용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운 후 차량으로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덤불 속에 숨겨져 있던 사제폭탄은 원격 휴대전화 조종으로 폭발했다. 부상자는 없었지만 경찰은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경찰 측은 "폭발 강도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는 경찰의 목숨을 위협하고 다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엔 더 많은 양의 폭발물이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후 5시 쿤퉁역에서는 시위대의 지하철역 시설 파괴를 제지하던 한 경찰관이 괴한에게 뒤에서 흉기로 습격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친 경찰은 목에 있는 경정맥과 신경이 손상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대치 상황도 격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지하철역을 파괴하기 위해 벽돌과 화염병, 가솔린 폭탄 등을 들고 나섰다.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빈백탄, 스펀지탄 등으로 대응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201명의 시위대가 체포됐으며 79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도 12명이 다쳤다.

경찰과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16일부터 비번 경찰에게도 '군경 임무 수행'을 위한 후추 스프레이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무 시간 이외에도 소지할 수 있게 해 공공질서 유지가 목적이라라면 언제든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홍콩 법무부는 고등법원에 홍콩의 21개 경찰관서에 대한 접근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태다.

홍콩 시위 전담 특별법원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마리아 탐 전국인민대표회의 기본법위원회 부의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많은 국가들이 폭동과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기 위해 특별법원을 설립한다"며 "홍콩도 사법 절차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이 같은 추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니스 궉 등 야당 의원들은 "이는 사회에 더 많은 공포심만 불러일으키고 법원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불확실성만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일부 시위대의 폭력적 행위는 전문가들도 비판하고 있다. 홍콩대학교 사이먼 영 법학교수는 "유엔 조례에 비춰봐도 지하철역을 파괴하는 행위는 테러 행위로 간주되며 무기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 "더 이상의 항의와 불복종은 아무런 효용이 없을 것이다. 시위자들은 다가오는 지방의회와 입법회의 선거를 지켜봐야 하고 정부는 경찰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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