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계약직 아나운서·석유공사 재조사 필요…직장갑질 판단없이 종결"

뉴스1 제공 2019.10.14 16:05
글자크기

노동부장관 뒤늦게 "아쉬운 결정"이라고 의견 표명
직장갑질119 "노동부 스스로 직무유기를 인정한 것"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 시행 첫날인 지난 7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소속 노무사와 회원들이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9.7.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 시행 첫날인 지난 7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소속 노무사와 회원들이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9.7.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지난 7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행 초기 실제 노동부에 접수된 괴롭힘 사건들은 치밀한 분석 없이 행정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와 석유공사 건이다.

14일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당일 접수된 2건의 진정사건이 행정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2건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업무공간 격리와 사내 전산망 차단 조치를 시정해 직장 내 괴롭힘 상태가 해소됐고 방송업무를 주지 않은 것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행정종결을 조치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도 석유공사 진정사건에 대해 "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것이므로 법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역시 행정종결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 119는 "법 시행 이후에도 (석유공사에서는) 공간분리나 회의실 옆자리 배치가 지속됐다"며 "이를 괴롭힘 행위로 판단하지 않고 직무유기로 회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평가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신고를 했다면서 회사에게 비난을 받기조차 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갑질 진정사건을 처리하지 않아 이들이 2차 피해를 봤다는 것이 직장갑질 119의 주장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재판에서 아나운서국 관계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다니 앞으로 회사생활 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가?"라는 비난까지 공개적으로 듣기도 했다.

관계부처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이 오락가락한 모양새다. 시민단체의 항의가 이어지자 뒤늦게 정부 부처에서 "괴롭힘이 맞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한 노동부 결정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사람 때려놓고 안 때렸다고 하면 해결될 게 아니다. 때린 행위에 대해 폭력이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할 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해당 여부를 면밀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시민석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국정감사에서 MBC 계약직 아나운서와 관련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국감장에서 "업무를 주지 않고 인터넷 접속을 하지 못하게 한 행위에 대해 판단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시민석 서울노동청장은 "행위 시 판단을 하면 맞다"고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 119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 위법행위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하더니 나중에 유죄라고 하는 꼴"이라며 "노동부 스스로 직무유기를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 사건과 석유공사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법대로 처리하고 담당 근로감독관을 징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갑질 안 한다고 하면 면죄부를 받는 황당한 행정처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