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시위대에 '백기'…유류보조금 폐지 백지화

뉴스1 제공 2019.10.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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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시위대 협상 타결…통행금지·軍 통제도 해제
반정부 시위 11일만에 종료…7명 사망·1152명 체포

에콰도르 반정부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에콰도르 반정부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류 보조금 폐지를 백지화했다. 11일간 격렬한 집회를 벌여 온 에콰도르 시민들의 성난 민심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레노 대통령과 시위 주최측은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로 에콰도르 전역에 내린 동원령은 중단된다. 우리는 에콰도르의 평화를 회복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부는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는 명령을 철회했다"면서 "원주민 지도부와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신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통행금지와 군에 의한 통제 조치도 모두 해제됐다.

모레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소중한 형제들, 나는 항상 당신들을 존경과 애정으로 대했다. 취약 계층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다"고 시위대를 달랬다. 이날 회담은 3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 선언에 에콰도르 내 유엔 대표 아르누드 페랄은 "원주민 지도자들은 시위를 즉각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로 에콰도르 전역의 항의와 행동은 끝났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수천명의 시민들이 수도 키토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나눴다고 AFP통신들은 전했다.

시위를 촉발한 유류 보조금 폐지를 철회하면서 급한 불은 일단 꺼졌다. 하지만 양측의 견해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만큼 신규 법안이 얼마나 빠르게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시위는 지난 3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약속한 긴축 정책의 하나로 유류보조금을 폐지해 기름값이 두 배로 급등하자 택시·버스업계가 파업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시위에 가세한 원주민들이 활과 창, 각목으로 무장하고 거리를 점거한 채 반정부 투쟁을 이끌었다. 일부 시위대가 정부 기관에 불을 지르는 등 치안공백 상태가 되자 대통령이 수도 밖으로 피신하면서 국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었다.

옴부즈만 사무국에 따르면 12일간 이어진 시위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349명이 다쳤다. 체포된 시위 참가자 수는 1152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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