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이 만들어진 건 30년 전이다. 정부가 “병 주고 약 준다”고 놀림 받던 담배인삼공사(현 KT&G)를 세우고 담배를 만들어 팔면서 세금을 거두던 시절이다. 포인트는 세금이다. 세금 한 푼이 아쉬운 시절,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기재부가 맡은 것이다.
보건당국인 복지부가 자신과 가족, 이웃을 위해 듣도 보도 못한 ‘금연본능’까지 소환하라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이 시국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담배사업법은 시대정신을 비웃으며 긴 세월 변함없이 유지됐다. 비결은 역시 세금이다. 담배사업법이 지금까지 굳건히 유지되는 것 자체가 증거다. 정부가 세수확보와 국민건강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흡연율 하락 속도가 더디자 결국 복지부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추겠다는 목표(2011년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를 포기했다. 담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성분이 포함됐는지 모른 채 판촉행위 규제 등 비가격 금연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담배 관련 질병 이슈가 터질 때마다 뒷북을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행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폐질환 사망자가 늘자 복지부는 뒤늦게 사용자제를 권고하고 성분분석 등 유해성 조사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지난 5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담배종결전’(endgame)을 선포했다. 담배 광고·판촉행위와 유사담배 관리 등을 보다 강화해 담배를 뿌리 뽑겠다는 것인데 지금 같은 구조에선 끝없는 전쟁(endless war)이 될 공산이 크다. 심지어 정치권, 기재부 등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격대책은 건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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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말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금연정책을 펴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시대와 맞지 않는 담배사업법을 폐지하고 담배산업의 규제권한을 보건당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담배소비 감소에 따른 잎담배농가들의 피해는 전농 지원 등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줄어드는 세금은 어떻게 하냐고? 지금도 연간 수조 원이 빠져나가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막는 선투자라고 생각하시라. 그게 막대한 복지재정 부담을 짊어질 우리 청년들을 위해서도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