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협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자본시장 업계에서 활동하는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투자자문사, 투자일임업체, 신탁사 등의 수는 595곳으로 2010년 말(268곳) 대비 2배 이상 규모로 커졌다. 이들 중 IPO 기업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기관투자자의 숫자가 정확히 추려지지는 않지만 A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5년 전과 비교해 3배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2억원만 있으면 자문사 설립이 가능하고 소규모 기관이라도 '기관' 타이틀만 가지고 있으면 거의 제한없이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20억~30억원에 불과한 규모의 운용사가 난립하면서 예전엔 많아야 700개 정도인 수요예측 참여 기관투자자가 최근에는 1000개를 훌쩍 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기관투자자의 경우 공격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뒤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와 기대한 물량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고, 이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물량은 다른 기관투자자에게 넘기거나 주관사가 떠안아야 한다.
반대로 일부 기관투자자가 낮은 가격으로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후려치기'를 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B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소규모 운용사가 모여 한 IPO 기업 수요예측에 같이 참여해 희망 공모가밴드 하단으로 주문을 넣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경우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정해지는 등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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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회사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있는 소규모 기관투자자의 밸류에이션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모든 소규모 기관투자자가 전문적인 밸류이션 역량을 갖췄는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은 공모가 결정의 토대가 되고, 이는 주가, 즉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각 기관투자자의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C증권사 관계자는 "소규모 기관투자자로 인해 대형 운용사가 배정받는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가격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대형사로서는 IPO 시장에 대한 매력을 덜 느낄 수 있다"며 "실제로 대형 운용사의 경우 대형 상장사가 아니면 아예 응찰하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고 했다.
대형 운용사의 이탈과 소규모 기관투자자의 난립은 IPO '빅딜' 소화 능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규모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 '앵커' 투자자의 부재는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대어급 IPO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소규모 투자자로 인한 혼선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D증권사 IPO 담당자는 "각 주관사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물량을 배정할 때 규모와 역량, 거래 가능성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일부 소규모 기관투자자의 가격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소규모 기관투자자일수록 단기 수익률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대형사보다 더 고민하고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