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류허 만나는 트럼프…'스몰딜' 기대에 들뜬 월가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0.11 08:46
글자크기

[월가시각] "中 환율조작 금지-美 관세 연기 '스몰딜' 담판"…트럼프 "미중 무역협상, 잘 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미 무역대표부-왼쪽)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미 무역대표부-왼쪽)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희망이 현실이 될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스몰딜'(부분합의)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의 환율 개입 금지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유예를 맞바꾸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측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난다고 예고하며 스몰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합의 내용이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中 환율조작 금지-美 관세 연기 '스몰딜' 담판"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미중 스몰딜 기대에 랠리를 펼쳤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0.66포인트(0.57%) 오른 2만6496.6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8.73포인트(0.64%) 뛴 2938.1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47.04포인트(0.60%) 상승한 7950.78에 마감했다.



오퍼튜너스티 트레이더의 래리 베네딕트 CEO(최고경영자)는 "미중 양국이 뭔가 발표할 것이란 건 분명하다"며 "스몰딜이 타결될 경우 주가가 현재 박스권의 상단을 돌파할 순 있지만, 신고가 경신까지 갈 진 미지수"라고 했다.

이날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선 중국이 위안화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환율 협정'에 서명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대중국 추가 관세를 연기하는 스몰딜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이날부터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환율 협정 체결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환율 협정의 골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막는 데 있다.


협정이 체결될 경우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지정 해제하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8월초 위안/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오르자(위안화 가치 하락) 중국을 1994년 이후 처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 2월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환율시장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양측은 기본 방향에는 잠정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문구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이 환율 협정 체결을 수용할 경우 그 대가로 당초 예고한 대중국 추가관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5일부터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전날 통신은 협상에 정통한 관리를 인용, 미국이 중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등 비핵심 쟁점에서 양보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나 산업 보조금 등 핵심 쟁점에선 중국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선의의 표시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키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 한해 일부 미국 기업들에게 화웨이에 부품 등을 공급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키로 했다.

◇트럼프 "미중 무역협상, 잘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로 유세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정말 잘 되고 있다"며 "우린 오늘 중국과 아주 아주 좋은 협상을 가졌고, 내일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무역협상이 있는 중요한 날이다. 그들은 합의를 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할까"라며 "나는 내일(11일) 백악관에서 류 부총리와 만난다"고 밝혔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류 부총리가 만난다면 그것 자체로 시장엔 호재"라며 "추가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한 시장은 협상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총리는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은 무역협상에 대해 '대단한 진정성'(great sincerity)을 갖고 있다"며 "우린 무역수지와 시장 접근, 투자자 보호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미국과 진지하게 의견을 나눌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등성과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중국은 추가적인 갈등 고조와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회담을 통해 상호 관심사에 대해 미국과 합의점을 찾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KKM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CEO는 "불투명한 미중 무역협상이 시장엔 큰 부담"이라면서도 "난 여전히 협상 결과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MO캐피탈의 이안 린젠 미국금리본부장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