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돈줄 끊는다... 무역·환율 넘어 금융까지 번진 美中전쟁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29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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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뉴욕브리핑] 미국, 중국기업 상장폐지·대중국 펀드 투자 억제 검토…미중 경제 '디커플링'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1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이 자본시장에서 중국의 돈줄을 죄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미중 패권갈등이 무역과 환율을 넘어 금융까지 아우르는 '복합 경제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美, 中기업 상장폐지·대중국 펀드 투자 억제 검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를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상장폐지시키는 방안과 미국내 공적연금 펀드의 대중국 투자를 억제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자금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미국으로부터 디커플링(탈동조화)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들의 명분은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중국 금융당국의 허술한 증권 규제감독의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 기업에 대한 미 증시 상장폐지가 추진된다면 미국의 회계 외부감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이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미 의회에는 이 같은 내용의 법안 2건이 이미 발의돼 있다.


현재 미국 증시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포함해 약 160개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200조원)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이 방안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할 수 있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어떤 계획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대 협상 지렛대일수도"

중국 기업 상장폐지 등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자본시장에서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 경우 미중 패권경쟁은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을 넘어 금융전쟁까지 아우르는 복합 경제전쟁으로 확대된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위안화 가치 절상을 압박했다.

양국간 경제전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다른 방식의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갈등 격화로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은 다음달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이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27일 뉴욕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0.87포인트(0.26%) 내린 2만6820.25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5.83포인트(0.53%) 하락한 2961.7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91.03포인트(1.13%) 급락한 7939.63으로 마감했다.

특히 중국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날 한때 7% 이상 떨어진 뒤 5% 하락한 채 마감했다.

CLS인베스트먼트의 마크 페퍼 수석투자전략가는 "만약 미국이 중국 금융시장과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어쩌면 이는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상대로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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