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 들여 국영 SNS 만든 베트남, 왜?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9.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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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360억원 들여 국영 SNS '로터스' 출시 … 블룸버그 "실패 가능성 높아"

베트남 정부가 이달 출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로터스(Lotus)'. /사진=로이터베트남 정부가 이달 출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로터스(Lotus)'. /사진=로이터


베트남 정부가 국영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정부가 3000만달러(약 360억원)를 들여 국영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 '로터스(Lotus)'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보부 장관은 지난 7월 이 서비스를 두고 "페이스북을 대체할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라며 "오는 2022년까지 국내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60~70%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유사하지만, 몇 가지 특징은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콘텐츠 소비로 모은 토큰이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미 페이스북에 친구나 가족 등 커뮤니티가 있는 사용자들을 꾀어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가 국영 소셜미디어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러한 시도는 베트남 내 페이스북의 상당한 영향력 때문이다. 베트남의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전 세계 7위에 달하며, 인구 9600만명 중 6400만명이 사용할 정도다. 블룸버그는 "베트남, 인도 등 개발도상국 사용자는 선진국 사용자보다 소셜미디어에 훨씬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고 전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의 41%가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소셜미디어를 확인한다고 답했고, 55%는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보다 소셜네트워크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국민의 열성적인 SNS 참여는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달갑지 않은 요소다. 정보를 얻을 채널이 많지 않은 이들 국가에서는 페이스북 뉴스피드가 유일한 정보 창구로 기능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루머나 혐오 발언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해 이슬람교도가 불교도를 공격한다는 루머가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며 반(反)이슬람 폭력이 기승을 부렸으며, 지난 5월 발생한 '부활절 테러' 이후 퍼진 가짜 뉴스로 인해 당국이 소셜미디어를 일정 기간 차단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이 정부 공식 발표와 대치되는 '대안적 사실'로 여겨지기도 해 권위주의 정부는 이를 위협으로 본다"며 "이러한 정권들이 택한 방법은 페이스북을 완전히 막고, 자국만의 대안 서비스를 만들어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법을 성공한 사례가 바로 중국이다. 2009년 7월 중국 정부가 페이스북의 사용을 금지한 뒤, 2011년 텐센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챗을 출시하면서 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위챗의 이용자 수는 10억명을 돌파했다.

중국의 사례를 따라 베트남은 2009년 페이스북을 일부 차단하고, 현지 업체가 소셜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열악한 서비스에 선전용으로 만든 플랫폼으로 굳이 갈아타는 이용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자 베트남 정부는 이용자들을 협박하고, 페이스북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불리한 법 등을 제정하며 노선을 바꿨다. 최근엔 데이터 현지화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글로벌 기술업체가 베트남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국내에만 저장하도록 지정한 것이다.

로터스 출시 역시 페이스북을 견제하는 베트남 정부 정책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수천만 달러에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신은 "페이스북은 이미 베트남의 사회경제적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돼버렸다"며 "이전 서비스들처럼 로터스 역시 실패해 베트남 정부가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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