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오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모습. 손님이 없어 한가한 풍경이다./사진=이강준 기자
27일 정오께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만난 도매상 안모씨(61)는 "이런 위기는 40년 장사 중 2011년 구제역 이후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돈육'을 판매한다는 가게 간판 아래, 정육 냉장고 돼지고기 칸은 텅 비어있었다. 국내 9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확정되던 날 찾아갔던 국내 최대 축산시장은 '적막감'이 흘렀다. 상인들과 가게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속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수도권 축산물의 60%가량을 취급하는 마장축산물시장에서 돼지고기 거래는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시장에 매일 1만(萬) 두씩 들어오던 도축 돼지 물량은 지난 24일에 8000두가 한 차례 들어온 이후 소식이 끊겼다.
15년 경력 도매상 이모씨(64)는 "건너편 수입육을 판매하는 집 말고는 주변 돼지고기 상인들은 일찌감치 문 닫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남은 물량은 거래처인 대형슈퍼에 넘길 것들"이라며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삼겹살 가격이 100g당 2700원을 넘었다고 하니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를 친다"고 덧붙였다.
도매가는 점점 오르고 있지만 물량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마장축산물시장에서 평상시 1㎏당 1만7000원 가량했던 국내산 냉장 삼겹살은 웃돈이 붙어 2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물량을 구하기 쉽지않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체 돼지고기 1㎏당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16일 4558원에서 25일 5097원으로 11.8% 상승했다. 지난 18일에는 30%가 넘는 6200원대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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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마장축산물시장진흥협동조합 이사는 "최근 이마트에서도 물량을 긴급 공수해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당장 우리 거래처 물건조차 못 대주는 상황이라 단칼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11년 구제역 사태땐 1등급 암퇘지 한 마리가 80만원에 육박했다"며 "현재 한 마리당 60만원선까지 치솟아 8년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가고 있어 상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 사정은 더 어렵다. 마장동 시장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한 삼겹살구이집 사장은 "지금 물량은 4일 장사하면 모두 동난다"며 "내장 등 부산물을 취급하는 식당들은 유통기한도 짧아 더 걱정이 클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수입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상인은 그나마 낫다. D유통 관계자는 "수입육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일부 보도와는 다르게 돼지열병 전후로 수입돼지고기 값은 비슷하다"며 "자칫 돼지고기 전체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될까 그게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