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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자며 만들어진 팀에서 '국내 제1호 프로파일러'의 길에 들어서게 된 권일용 전 경찰청 프로파일러(현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겸임교수)는 19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 유력 용의자가 발견된 데 대한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화성 사건 용의자는 피해자를 따라가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공격했습니다. 정남규가 그랬었죠. 범행도구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피해자의 옷이나 소지품으로 살해했다는 점은 강호순과 닮았습니다.
권 교수는 연쇄살인범들이 일종의 '살인중독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행위의 일환으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이 과정을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 끊는다'고 말했다던 정남규가 검거됐을 때 그의 방에서 자신의 사진이 발견됐던 일화를 전했다. 2004년 '화성 연쇄살인범을 반드시 잡겠다'는 내용으로 한 월간지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인터뷰 사진이 정남규의 방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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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이것도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화성 사건의 범인에게서도 비슷한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제 사진뿐 아니라 과학수사와 DNA 분석과 관련된 기사 사진들도 같이 나왔습니다.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들과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 같은 것들을 끝없이 탐구하는 유형이었죠.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기사들도 스크랩했고요. 범죄 보도를 보며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죠."
정남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권 교수는 이를 "'자살'이 아니라 '스스로 살인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남규는 판사에게도 '빨리 형을 집행해달라, 못 참겠다' 이런 말을 적은 편지를 많이 보냈었다고 합니다. 살인중독 상태를 스스로를 살해함으로써 끝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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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권 교수는 "직접 만나보지 않고 추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기 범행을 베일 뒤에 감추고 계속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 뒤에 숨고, 조금도 의심받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은 연쇄살인범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자나 연쇄살인범들과 면담을 할 때 대표적인 특징은 범행을 저지를 때는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평상시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화성 사건이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분석을 더했다.
"1990년대 초중반에 급격한 경제적 몰락과 중산층 몰락이 일어나면서 지존파·막가파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가 빈발했습니다. 그 이후 유영철 등 연쇄살인범의 흐름이 보이는데, 화성 사건은 좀더 그런 게 빨리 나타났다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사건 이후 33년 만의 쾌거에 대해 다시 한번 들뜬 목소리로 소회를 전했다.
"나에게 화성 사건이란… 초창기 프로파일링 때부터 해결해야겠다고 매달려온 사건이라 실체가 밝혀졌단 데 대해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프로파일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는데, 끝까지 매달려준 직원들에게도 감사합니다."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2019.9.1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