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성추행 추적 NYT, 어쩌다 "보도 참사" 비난을…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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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대법관 의혹 추가 보도…"피해자 인터뷰 거절·기억 없다"는 내용 초판 빠져

 브렛 캐버노 미국 신임 연방대법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렛 캐버노 미국 신임 연방대법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유명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이어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보도한 새로운 의혹이 신빙성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NYT를 탐탁지 않게 여겨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뉴욕타임스는 죽었다"며 쾌재를 불렀다.

NYT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일요일판인 선데이리뷰의 '뉴스 분석' 코너에 자사의 로빈 포그레빈 기자와 케이트 켈리 기자가 발간할 예정인 책(The Education of Brett Kavanaugh: An Investigation) 내용 일부를 기사 형식으로 소개했다. 이들 기자 2명은 캐버노 대법관 관련 의혹을 10개월간 추적해왔다. 해당 기사는 캐버노 대법관의 예일대 동문인 코네티컷 출신 여성 데보라 라미레즈의 사연을 주로 다뤘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선데이리뷰에 실린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의 성추행 의혹 관련 기사. /사진=NYT 캡쳐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선데이리뷰에 실린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의 성추행 의혹 관련 기사. /사진=NYT 캡쳐
1983년 라미레즈는 당시 예일대 1학년이었던 캐버노 대법관이 기숙사 파티에서 술에 취해 바지를 내리고 자신에게 음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미레즈가 주장한 성추행 의혹은 지난해 캐버노 대법관 임명 당시부터 불거져온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논란이 된 것은 NYT가 언급한 또 다른 의혹이다. NYT는 해당 기사의 11번째 문단에서 "우리는 이전에 보도되지 않았던 캐버노 대법관의 1학년 시절 일화를 찾아냈다. 이는 라미레즈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라며 운을 띄웠다.



NYT는 "캐버노 대법관의 동급생이었던 맥스 스티어는 다른 기숙사 음주 파티에서 캐버노 대법관이 바지를 벗은 채 친구들에게 떠밀려 자신의 민감한 부위를 한 여학생의 손에 밀어넣는 것을 목격했다"며 "스티어는 연방수사국(FBI)과 일부 상원의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FBI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스티어는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길 거절했으며, 우리는 스티어와 대화한 두 명의 정부 관리를 통해 이야기를 뒷받침했다"고 부연했다.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 NYT는 기사가 지면에 실리기 전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여성이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그의 친구들은 여성이 해당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NYT는 '편집자 주'를 통해 수정사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초판에서 관련 내용이 누락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논란이 된 NYT 기사의 편집자 주. 밑줄친 부분은 나중에 추가된 내용으로 "(피해 당사자인) 여학생은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친구들은 그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사진=트위터 캡쳐논란이 된 NYT 기사의 편집자 주. 밑줄친 부분은 나중에 추가된 내용으로 "(피해 당사자인) 여학생은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친구들은 그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사진=트위터 캡쳐
이러한 NYT의 보도를 두고 미국 언론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거세게 비판했다.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리뷰의 존 매코맥은 "최근 저널리즘이 저지른 과실 중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했고, 진보 성향의 워싱턴포스트(WP)조차 NYT 보도를 두고 "언론이 가장 신뢰도가 낮은 기관으로 꼽히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며 "(신빙성이 부족하다면) NYT와 이 보도에 기반해 캐버노 대법관의 탄핵을 요구한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오히려 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과정 누락 외에 NYT는 트위터 글로도 구설에 올랐다. NYT 공식 트위터는 해당 기사 링크와 함께 캐버노 대법관의 성추행 의혹 행위를 두고 "악의없는 장난(harmless fun)"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해당 트윗을 지운 뒤 "부적절하고 불쾌감을 일으킬 만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NYT를 '가짜 뉴스'라며 견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뉴욕타임스는 죽었다", "뉴욕타임스는 문을 닫아야 한다", "NYT의 거의 모든 이야기는 부정확하고 틀렸다"며 캐버노 대법관의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연방대법관에 취임한 캐버노는 청문회 과정에서 고교 및 대학 시절 여러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으나 결국 의회 인준 문턱을 통과했다. 캐버노의 취임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이 5명이 되며 진보 성향(4명)보다 우위를 점해, 연방대법원의 보수 기조도 유지됐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의 성폭력 의혹을 두고 "민주당의 날조"라며 그를 옹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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