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10대에 멈춘 사우디 유전…드론 전쟁 확산되나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9.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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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지난 몇 달간 드론 공격 계속해와…미군은 드론 아닌 미사일 공격 가능성 언급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사우디 최대 유전이 단 10대의 드론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가성비 좋은 드론에 의한 전쟁이 확산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쯤 드론 10대가 사우디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드론이 어떻게 침투해 시설을 파괴했는지 상세한 경위는 아직 수사 중이다. 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영상이나 사진 등도 공개되거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격 직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예멘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이 드론보다 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만큼 공격 경위 조사가 시간이 걸리거나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에 대한 드론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티 반군은 최근 몇 달간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의 공항, 담수시설과 석유시설을 공격
해왔다. 5월에도 사우디 송유관에 공격을 가했으며 지난달 17일에는 드론 10대를 동원해 사우디의 샤이바 유전을 급습한 바 있다.



군사갈등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에서 드론을 동원한 공격은 꾸준히 사용돼왔다. 미국과 사우디는 물론, 국제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도 자신들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미사일보다 값싼 드론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중동이 드론 전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엔은 이에 드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민간인도 다수 희생된다며 드론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국제인도법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각국은 드론 사용을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시설이 전례 없는 피해를 입으면서 드론 전쟁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70%를 탈황·정제하는 핵심 생산시설이다. 사우디 당국이 두 시설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에 가까운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는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WSJ은 "이번 공격은 그동안 후티 반군의 소행 중 사우디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미들베리연구소의 파비안 힌즈 무기 연구원은 "(공격에 따른 피해가) 너무 커서 놀랍다"면서 "그동안 사우디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있었지만 실제 피해는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큰 피해에 미국과 사우디 당국은 드론이 아닌 순항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보고 있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양국은 후티 반군이 아닌 이란과 이라크가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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