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니?"…잔소리 피하려 '추석 출근' 합니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9.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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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출근하는 직장인들 "스트레스 받을 바엔 차라리 출근이 낫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이 자리를 피하고자 자발적으로 '출근'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명절 포비아(Phonia·공포증)'을 느끼는 아르바이트생과 직장인들이다.

1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알바몬이 직장인과 알바생 총 11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45%와 알바생 64.7%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3%는 추석 당일인 13일에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과 알바생 10명 중 4명은 추가수당 등 금전적인 이유로 추석 연휴 출근을 한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A씨(24)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인데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점장님이 추석 연휴 때 근무하면 시급 1만원 쳐준다고 해서 자원했다. 마침 급전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를 최대한 피하려 자발적으로 추석 연휴 근무를 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해마다 명절이면 돌아오는 잔소리와 오지랖 때문에 '명절 포비아'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4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39.8%)이 명절 포비아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자는 명절 포비아를 느끼는 이유로 '용돈·교통비 등 경비 부담', '불편한 처가·시가 식구', '고된 상차림' 등을 꼽았다. 미혼의 경우엔 '어른들의 부담스러운 잔소리', '친척들과 비교' 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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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 포비아를 느끼는 직장인의 46.1%는 차라리 출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출근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12.8%였다.

미혼 직장인 B씨(31)는 "명절이 너무 싫어서 추석 전날과 당일 회사에 나올 생각"이라며 "'살 빠졌네, 쪘네'부터 시작해서 결혼, 연애, 취업, 연봉 질문까지 다 들어야 한다. 친척 어른들의 본인 자랑, 딸 자랑도 더는 듣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미혼 직장인 C씨(30)도 "연휴 끝나면 밀린 업무 때문에 항상 힘들었는데, 이번 명절엔 잔소리 피할 겸 출근해서 미리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라며 "매번 필요 없대도 본인이 우겨서 음식 다해놓고 힘들다고 하는 엄마의 푸념, 가만히 앉아서 명절 음식 먹고 술 취해서 소리 지르는 아빠의 모습을 안 봐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결혼 3년 차 직장인 D씨(29)는 "애 언제 낳냐는 잔소리도, 음식 장만도 싫지만 차로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라며 "결혼 후, 해를 거듭할수록 명절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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