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나정균 써모랩코리아 대표(10)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9.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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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로서 '중압감' 너무 커.. 예비 창업자에겐 "초심 조금만 잃어라"

나정균 써모랩코리아 대표/사진제공=써모랩코리아나정균 써모랩코리아 대표/사진제공=써모랩코리아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나정균 써모랩코리아 대표)

'중압감'

'CEO로서 가장 힘든 게 뭔가'란 물음에 나정균 써모랩코리아 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자다가도 종종 소스라치게 눈떠서 잠 못 이룬다"며 "그때마다 섬뜩섬뜩하다"고 했다.



"저와 제 가족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도 있어요. '혹시나 회사가 잘못되면 어쩌나' 뭐 이런 걱정들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성공 못해 봤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면서 "사실 부럽다"고도 했다. 이어 "그들의 성공이 알려질 때 자극받는다"면서 "제대로 성공하고 싶어서 다시 태어나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심을 좀 잃어라."

나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너무 경직하게 무조건 초심을 잃지 말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면서 "워낙 급변하는 시대이니 좀 유연히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나 대표는 "창업하면 잠을 더 적게 자야 할 수도, 내키지 않은 곳에 가야 할 수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수도, 하고 싶은 걸 못할 수도 있다"며 "이 모든 걸 각오하는 건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CEO가 되다

나 대표는 창업 전 10여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주요 업무는 영업 기획. 분야도 다양했다. IT 소프트웨어, 전자제품 등이다.

창업 직전 있던 곳은 물류 패키징(포장재)을 제조하는 회사였다. 2015년 초 입사했다. 직책은 영업 팀장. 필드 영업도 직접 뛰었다.

2016년 초여름즈음. 입사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불현듯 창업을 해야겠다는 강한 욕구가 일었다.

"포장재를 납품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죠. 물류 업체나 식품 업체 등을 부지런히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시장에 직장인으로 참여하고 싶지는 않다.'

창업 욕구의 단초가 된 생각이다. '내가 직접 이 시장의 파이를 먹어야겠다'는 다짐이 심중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반년이 더 흘렀다. 꽂히면 해야 하는 법. 2016년 말 사표를 던졌다. 나오자마자 개인사업자를 내고 경기도 동탄 인근에 소호사무실을 하나 빌렸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55만원. 책상 4개로 꽉 차는 공간이었다.

창업했다니 전 직장 동료 2명도 합류하겠다고 했다. 2017년 1월 법인(써모랩코리아)으로 전환하고 패키징 개발을 본격화했다.

당시만 해도 신선식품 포장재는 스티로폼 박스였다. 단점이 많았다. 첫째로 부피가 컸다. 사용자(물류 및 식품 업체 등)나 소비자 모두 불편했던 부분이다. 물류 업체 입장에서는 창고 면적을 과하게 차지했다. 소비자 또한 분리수거일까지 계속 쌓아 놓아야 했다. 환경 문제 등도 지적됐으나 대체재가 없다 보니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나 대표는 이 같은 니즈를 파고들었다. 2017년 5월 첫 제품이 나왔다. 골판지 상자 안쪽에 얇은 단열재(PE폼 3㎜)를 붙였고, 특히 접을 수 있는 구조였다. 업계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특허를 획득하고 상용화한 건 처음이었다.

첫 고객은 마켓컬리. 반응은 뜨거웠다. 물류 업체와 소비자, 양쪽 모두 보관이 쉬었던 것이다. 소비자는 접어 뒀다가 재사용하기도 했다.

친환경적이란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존 스티로폼 박스의 경우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 결국 매립이나 소각해야 하는데 이는 토양·대기 오염으로 이어진다.

써모랩 제품은 골판지와 단열재가 쉽게 분리된다. 골판지는 종이로, 단열재는 비닐로 배출할 수 있다. 모두 재활용토록 한 것이다.

회사는 지난해 6월에도 또 하나의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고 히트를 쳤다. '친환경 아이스팩'이다. 기존 아이스팩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했다. 하지만 써모랩 '친환경 아이스팩'의 경우 물은 싱크대에 버리고 봉투는 비닐류로 배출하면 되는 제품이다. 특허청 주관의 '2018 하반기 특허기술상'에서 홍대용상을 받기도 했다.

써모랩코리아는 친환경 신선식품 배송 패키징을 연구·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또 다른 제품을 준비 중이다. 나 대표는 "다양한 친환경 패키징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 반응은 어땠을까. 이 회사의 매출액 추이로 가늠할 수 있다. 2017년 1월 설립된 써모랩코리아는 2017년 10억원을, 2018년 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70억원이다.

◇중기청원

지원 정책, 사회적 분위기 등 국내 창업 환경은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인 거 같다. 하지만 창업 이후는 좀 다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성공한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 창업 이후 정부의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지원이 부족한 게 하나의 요인이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운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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