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타임이 ‘여성을 위한 시간’을 찾는 이유

김리은 ize 기자 2019.09.0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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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타임이 ‘여성을 위한 시간’을 찾는 이유


가사노동이나 육아, 직장 생활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는 기혼 여성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기회는 많지 않다. 지난 7월과 8월, 글로벌 여성 채널 ‘라이프타임’이 브랜드 캐치프레이즈인 ‘나를 위한 시간’을 주제로 기혼 여성들을 위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다. 참가자들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의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다른 기혼 여성 3명을 태그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나를위한시간’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기혼 여성들의 게시물에는 여행이나 운동, 영화, 산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소회가 담겼다. 또한 게시물에 태그된 다른 기혼 여성들에게 나를 위한 시간을 함께 갖자고 말하는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가 담기기도 했다.

라이프타임은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1억5000만의 시청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채널 브랜드로, 지난 2017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번 캠페인은 한국 시청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일환으로 기획됐다.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기 어려운 30대 기혼 여성을 캠페인 대상으로 설정했다. 또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캠페인 홍보 영상에는 프리랜서, 직장인, 초등학생을 육아 중인 엄마 등 다양한 기혼 여성들을 섭외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노력해서 가지려고 하지 않으면 (나를 위한 시간은) 슬프지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자유가 이렇게 소중한 건줄 몰랐어요”라는 결혼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나를 위한 시간’ 캠페인의 기획 담당자는 “릴레이 형식의 캠페인을 통해 육아와 일, 가정과 일터, 다양한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기혼 여성들사이에서 ‘ 나를 위한 시간 ’ 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참가자들에게 나를 위한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선물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주요 타깃층인 여성의 현실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흐름을 고려해 캠페인을 기획했다는 의미다.



라이프타임 채널을 보유한 에이앤이 네트웍스 코리아 소영선 대표는 “콘텐츠를 통해 여성들의 내면의 아름다움과 가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라이프타임이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작년 9월 라이프타임이 오픈했던 웹예능 ‘스무살은 처음이라’는 배우 김소현이 스무살을 맞아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정을 보여줬다. 올해 9월 방영 예정인 ‘김유정의 하프 홀리데이’ 역시 배우 김유정이 이탈리아의 젤라또 가게에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과정을 소재로 한다. 춤추는 소녀들의 성장기를 담은 ‘댄스맘’, 왜소증을 가진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리틀 우먼’ 등 한국의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삶을 사는 여성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 12월 방영된 ‘파자마 프렌즈’의 경우 장윤주, 송지효, 레드벨벳 조이, 우주소녀 성소 등 총 4명의 여성이 호캉스를 즐기면서 경험하는 관계의 기쁨과 성장에 주목했다. 특히 출연진 중 유일한 기혼 여성인 장윤주가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도전 정신이나 자아에 대한 고민은 기혼 여성들이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취지의 ‘나를 위한 시간’ 캠페인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성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하려는 노력은 지난 몇 년간 방송계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흐름이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프로그램 ‘겟 잇 뷰티’로 알려진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은 2017년 여성의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바디 액츄얼리’, 여성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 이슈를 이야기하는 ‘뜨거운 사이다’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역시 네 명의 워킹맘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나 남성 중심적인 미국 정치판에서 출마에 도전하는 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그리고 여성 코미디언들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등 다양한 여성 중심 콘텐츠들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올해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종편 및 지상파 드라마 중에서는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MBC ‘신입사관 구해령’ 등의 작품이 스테레오 타입을 뒤집는 여성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소외됐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콘텐츠에 등장하는 현상은 이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이자, 현실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성 전용 채널인 라이프타임이 여성들의 고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브랜드 홍보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 역시 이런 시대적인 흐름의 반영이다.



‘나를 위한 시간’ 캠페인을 통해 채널의 정체성과 주요 타깃인 여성들의 정서, 그리고 사회적 흐름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캠페인 홍보 영상에서 기혼 여성들이 말하는 ‘나를 위한 시간’은 “영화를 보면서 차나 맥주 한 잔”, 또는 “잠자기 전 30분 동안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처럼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사소함을 누리거나 고민해볼 여유조차 없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라이프타임 측은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국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캠페인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밝혔다. 그렇다. 여성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위한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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