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요즘 삼성중공업 매수 나선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09.0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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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지난달 30일 8%대 강세…8월 수주로 실적 가시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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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요즘 삼성중공업 매수 나선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영향으로 침체됐던 증권시장이 최근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조선업종은 미래 해상 물동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며 상반기 낙폭이 컸던 만큼 다른 업종 대비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이중 삼성중공업은 대형 조선업체 중 가장 양호한 신규 수주를 기록하며 최근 외국인·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9,920원 ▼230 -2.27%)은 지난달 30일 전일 대비 630원(8.85%) 오른 7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날 하루에만 각각 119만여주, 162만여주를 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 처음으로 올해 수주 목표 과반을 넘어서며 연간 수주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삼성중공업의 신규수주 목표는 78억달러로 올해 누적 신규수주는 42억달러(54%)다.

삼성중공업이 선전한 배경은 건조 경쟁력을 갖춘 LNG(액화천연가스)선은 물론 해양플랜트까지 고르게 수주한 덕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LNG선 11척, 원유운반선 14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등 선박을 수주했다. 특히 인도 릴라이언스로부터 수주한 해양플랜트 1기는 수주규모가 1조1000억원으로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



지난 한달에만 LNG선 1척, MR탱커 1척, LNG 연료추진 원유 운반선(아프라막스급 탱커) 10척을 수주하며 총 8억4000만 달러 추구 수주액을 기록했다. 국내선사 최초로 LNG 벙커링선 인도, LNG 추진엔진 중형탱커 대량수주 등 친환경 특성을 살린 신규수주 및 제품건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력 선박 아프라막스급 탱커 수주로 수익성 개선 '신호탄'=증권업계는 하반기부터 삼성중공업의 매출액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력선박인 아프라막스급(운임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선형, 9만5000톤급) 탱커 신규 수주가 증가하는 가운데, 반복 건조 효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아프라막스급 탱커 156척을 건조했다.


수에즈막스급과 아프라막스급 탱커는 주로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출발해 유럽지역(지중해~발틱해)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아시아 지역으로 운항한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기준 100만 배럴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아프라막스급 탱커 발주량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프라막스급 탱커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많은 건조 경험을 갖고 있는 주력 선종"이라며 "리비아에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삼성중공업의 탱커 수주량은 더욱 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조선업 수익성의 근거는 기본설계능력에 있으며 동일 선박의 반복건조로 수익성은 극대화된다"며 " 삼성중공업이 아프라막스급 탱커를 연속으로 수주해 대량 건조체재로 전환되면 영업이익 개선과 순차입금 감소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반기 관망세 원인이던 IMO2020, 하반기 수주 증가 동력=2020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라 선박연료유의 황함량은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선주들의 대응방법으로는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스크러버) 장착 △LNG추진선 도입 등이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물동량 감소 우려와 IMO2020에 대한 선주들의 발주 고민이 깊어지면서 지난 상반기 선박 투자 시장은 유례없는 관망장이었다. 조선사 수주잔고는 1.5년까지 감소했으며, 표준환산톤수(CGT) 기준 발주량은 지난 7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선 지난달 이어진 삼성중공업의 수주 공시가 발주 대기 중인 선주들의 투자 결정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주들의 친환경 선박유 전환 작업은 물리적으로 오는 10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아프라막스급 탱커 선가는 한 척당 6200만 달러로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며 "IMO2020에 대한 선주들의 대응이 기대되는 대목으로 후속 발주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최근 수주한 아프라막스 탱커 10척에는 LNG추진엔진이 탑재된다"며 "거의 모든 선종에서 LNG연료 사용선박 발주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올해 수주 목표 78억달러 달성 가능성 높은 이유는=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 목표치를 모두 채우려면 남은 4개월간 지금까지 수주한 만큼의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

조만간 초대형 컨테이너선 대형 수주계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해운 관련 외신에 따르면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은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 6척을 곧 삼성중공업에 발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1조원 안팎의 수주물량이다. 해당 물량을 수주하면 수주 목표 66% 달성이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 호주 바로사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 등 해양플랜트도 연내 발주될 가능성이 있다. 두 건 모두 1조5000억원 안팎의 사업인 것으로 추정된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해양플랜트 수주와 LNG선 등 수주가 이어지면 수주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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