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없어서 못판다"…대내외 경제불안에 '금' 인기 계속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9.09.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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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골드러시 시대]일본 경제보복 등 대내외 경제불안에 '금테크'에 관심 몰려

편집자주 경기침체의 그늘이 드리우며 안전자산을 찾아 이동하려는 자금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통화가치 급락을 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데 최근 부상하는 것이 금(金)이다. 각국 중앙은행을 비롯해 자산가와 중산층 할 것 없이 금 사재기에 나섰다.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와중에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금은 과연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

[MT리포트]"없어서 못판다"…대내외 경제불안에 '금' 인기 계속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전쟁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자산가들의 '금테크'(금+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이 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영향이 "시장에 선반영 됐다"는 금융당국의 언급이 무색하게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리는 것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3일 국내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8월1일부터 8월23일까지(셋째주 기준) KB국민·우리·NH농협 등 금융권에서 팔린 골드바는 136kg에 달했다.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직후인 지난달 5일 하루에만 36kg의 골드바가 팔렸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8월 전체 판매량이 집계되기 전인데도 7월 대비 30kg이 더 팔렸다"며 "8월 전체 판매량은 7월보다 약 60kg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골드바 판매량은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결정 이후인 8월 들어 일제히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의 8월 골드바 판매액(29일 기준)은 전달 보다 15억6300만원 늘어난 26억86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4억9323억원 늘어난 25억7963만원, NH농협은행은 4억8091만원 증가한 13억1505만원 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골드뱅킹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해당 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신한·KB국민·우리은행의 골드뱅킹 누적 잔액은 8월29일 기준 5916억원으로, 7월 말(5453억원)보다 463억원이나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값이 많이 올라 수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골드뱅킹 잔액이 계속 늘고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 관련 상품에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최근 대내외 경기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금테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이 워낙 불안해지다 보니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금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안전자산인 금에 관심을 많이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골드바의 경우 매수 시점에서 약 10% 가량의 부가세 과세되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자 금 투자를 문의하는 자산가들이 많아졌다"면서도 "골드바는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1년 이내 단기간에 이익을 기대하기보단 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장기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자녀들에게 금을 물려주는 금융상품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 'KB위대한유산 신탁'을 출시했는데, 이 상품은 가치 변동성이 적은 금 실물을 상속·증여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상품이다. 가입자는 안전자산인 금을 매월 소액 적립해 노년기를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으며, 자녀의 안정된 생활 지원을 위해 상속·증여할 수도 있다.

증여·상속 시 금 실물과 현금 지급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상속은 운용자산 그대로 승계할 수도 있다. 금 실물을 선택하면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증하는 순도 99.999% 이상의 고품질 골드바를 제공하며, 100g 단위로도 인출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안전자산인 금을 상속·증여해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위기에서도 자녀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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