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예산 2.1조…가마우지 종속경제 탈피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2019.08.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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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예산]일본 수출규제 대응할 소재·부품·장비 국산자립화에 총력 지원…올해 8000억서 2.6배 늘어난 2조1000억 배정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무기가 된 핵심 소재·부품·장비들의 국산화와 조기 공급안정을 총력 지원하기 위해 올해 8000억원이던 관련 예산을 2조1000억원으로 두 배반 증액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핵심 기술과 부품을 선진수준으로 개발해 상용화하려면 파격적인 지원이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29일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2020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신속한 성능평가 지원,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 등을 위한 자금 공급을 최우선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핵심 소·부·장 산업의 일본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먼저 6대 분야 총 100개 품목 자립화 위해 대규모 R&D 집중 투자에 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분야에서 1년 내 20개, 5년내 80개 품목 자립화를 거두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 예비타당성 면제와 사업절차 단축으로 통상 착수까지 3년이 소요되는 기술개발 사업을 6개월 내 즉시 시행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100개 품목 자립화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 기술개발에 내년 중 1581억원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에 85억원을 배정했다. 이들 분야에는 각각 5년간 1조6000억원, 855억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이밖에 대·중견기업 수요에 기반한 기술연계 과제 등에 대한 중소기업 소재·부품·장비 전용 R&D 신설 4개 사업(600개 과제)에 1186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기존에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도 신속한 성능평가 지원을 거쳐 국산화·상용화를 돕기로 했다. 여기에 5000억원을 배정했다. 대·중견 기업 생산라인을 활용한 양산평가 지원을 확대하고, 중기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나노팹(시제품 평가공장) 테스트베드 장비를 보강하는데 지원금을 쓸 계획이다.

정부는 마지막으로 소·부·장 기업 전용투자 자금으로 1조6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1조2000억원이 있던 풀에 신규로 4000억원을 증액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자금으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전용 5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민간투자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모태펀드(600억원 출자)를 조성하면 민간 투자를 더해 1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 수 있다. 같은 구조로 혁신모험펀드에 2000억원을 출자해 4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정부는 이밖에 양산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공급물량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800억원을 출연해 민간기업들 보증을 늘려주고, 창업기업자금 200억원과 신성장기반자금 300억원으로 융자 서비스에도 나설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 등 중간재의 대일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이 분야는 소위 전형적 '가마우지 경제' 형태를 보였다"며 "2조1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목적예비비에서 5000억원을 증액하고 안정적 재원확보와 체계적 집중 지원을 위해 한시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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