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을 팔았다"…아베 '트럼프 옥수수' 日서 논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8.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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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아베 총리, 농가에 성과 보이고픈 트럼프 대통령에 끌려다녀"

/사진=AFP/사진=AFP


일본에서 옥수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해충 피해에 따른 대책'이란 설명에도 불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휘둘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불필요한 옥수수를 대량 구매하게 됐다는 지적들이 잇따른다.

2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 구입을 약속한 것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며 "270만톤의 수입이 필요한지에 대해 기업 및 전문가들로부터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미일 정상회담을 진행, 양국 무역협정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구입한다는 뜻도 트럼프 대통령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약속을 실행하지 않아 미국의 여러 지역에 옥수수가 남아 있다"며 "아베 총리가 구매해 주는 것은 매우 큰 거래"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정부가 구입하는 것이 아닌 민간이 구입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이 수입키로 한 사료용 옥수수의 양은 약 270만톤으로 연 수입량의 약 4분의 1이다.

논란이 되는 건 추가 수입의 이유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해충이 일부 농산물에 영향을 끼쳐 특정 농산품을 살 필요가 생겼다"며 "미국산 옥수수를 조기 구입하기 위해서 일본 민간 부문에 대한 긴급 지원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과 아프리카 등에 서식하는 나방의 일종의 유충이 옥수수를 먹는 피해가 일본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피해 지역은 규슈를 중심으로 11개 현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마이니치는 농림수산성 관계자를 인용해 해충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대책을 추진중이고 피해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수입하기로 한 사료용 옥수수의 종류도 논란거리다. 사료용 옥수수는 잎, 줄기, 열매를 함께 잘라서 초식동물에게 주는 '조사료'와 영양가가 높은 과실 부분만 주는 '농후사료'로 나뉘는데, 일본에서 조사료용 옥수수는 필요한 대부분 국내 생산 중이고 농후사료용 옥수수는 95%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 수입하기로 한 것도 농후사료용 옥수수이다.

마이니치는 "해충 피해가 크지 않은 데다 애당초 조사료 대신 영양이 풍부한 농후사료를 줄 경우 가축이 살쪄 버리거나 병이 생길 수 있다"며 "조사료와 농후사료를 균형있게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당혹감이 흘러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민간기업이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정보를 확인중"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휘둘린 게 아니냐는 지적들도 나온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일본 추부대학 특임교수는 BS일본 TV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 중서부 옥수수 농부들에게 성과를 보이고 싶어했다"며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철폐가 보류된 것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 양보한 듯한 형태가 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마이니치도 "성과를 어필하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서둘러 미일 공동 기자회견을 요구하는 등 일본 측이 시종 끌려다녔다"고 지적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는 트위터에서 비난의 수위를 한층 더 높여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이 중국에 팔리지 않은 미국 옥수수를 대량으로 사들이기로 했다"며 "이 옥수수는 유전자 변형작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본 국민의 건강을 팔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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