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수익성 좋은 일본 소고기 시장에서 '스테이크 전쟁'이 지글거리고 있다"면서 "일본이 미국산 소고기 관세를 낮추기로 하면서 미국 농가의 가장 큰 경쟁자인 호주 농가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지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태지역 11개국 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TPP 회원국인 호주의 약진이 특히 도드라졌다. 일본이 현재 호주산 소고기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26.6%로, 5년 전(38.5%)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낮췄다. 반면 미국산 소고기에는 38.5%의 관세가 유지돼와 상대적으로 유리한 호주 소고기가 점유율에서 앞섰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쪽은 일본 농가다. 일본은 호주를 포함한 다른 TPP 회원국에서 수입한 소고기가 1년 사이 59만톤을 넘기면 자동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TPP를 탈퇴한 미국은 별도의 한도량을 갖는다.
호주산 소고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도 미국산 소고기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어 일본 농가가 입는 피해를 상쇄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사실상 TPP 세이프가드 제도가 반쪽자리가 되면서 일본 농가들을 보호할 수단이 줄어든 셈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일본 야권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는 트위터에서 "예상했던 대로 일본이 농업에서 양보했고 자동차 분야에선 이길 수 없었다"며 "이런 식의 미국을 추종하는 외교정치를 기뻐하는 것은 아베 총리이고 상처받는 것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해 온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간사장마저 "(합의가)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협상을 통해 TPP회원국과 미국의 소고기 수입 한도량을 연계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호주가 이를 즉각 거절하면서 자민당은 핵심지지층인 농가의 표를 잃을 위기를 맞게 됐다.
브리짓 맥킨지 호주 농무부 장관은 26일 "소고기를 포함한 그 어떤 물품에 대해서도 (TPP 규정 관련)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