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오너 1000억 챙긴후 下下下…개미들 분노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9.08.28 16:03
글자크기

신라젠 문은상 대표 등 1년 전부터 주식 처분…전무는 임상중단 1개월 전 지분 전량 매도

신라젠 (4,825원 ▲35 +0.73%) 투자자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항암치료제 펙사벡 임상중단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미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는데 여기에 검찰 압수수색 이슈가 다시 불거지며 손실이 눈더미처럼 늘어나고 있다.

신라젠 주요 주주들은 지난해와 올 초 대량으로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한 터라 투자자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더욱 크다.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8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영기)은 이날 오전 부산 북구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서울지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면역항암제 ‘펙사벡’ 무용성 평가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페사벡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보통주가 대량 매각됐다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넘겨 받아 신라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영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펙사벡 임상중단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자손실을 피했을 가능성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압수수색 직후 신라젠 주가는 하한가인 9000원까지 급락했다.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하한가는 벗어났으나, 종가는 전날보다 20% 내린 1만350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 7만3400원이었던 주가는 1/7 토막이 난 상태고 5조10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이제 7300억원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주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그간 정황만 놓고 보면 신라젠 경영진과 주요 주주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문은상 신라젠 대표의 주식처분 문제가 있다. 2018년 1월 문 대표와 특수관계자 등 9인은 장내매도를 통해 275만4497주를 처분했다. 문 대표가 193만2919주를 팔았고 친인척과 회사 임원 등이 82만1578주를 처분했다.

문 대표가 처분한 주식 가운데는 다른 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 37만75주가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이를 제외해도 문 대표가 현금화한 주식만 1000억원에 달한다. 주당 매도가격은 8만4395원 정도다. 다른 특수관계인들은 800억원 가량의 주식을 팔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자회사를 통해 개발중인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특허출원이 실패해 임상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문 대표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국세청 세금납부와 채무변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았을 뿐이고 펙사벡 임상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믿었다. 2018년 3월에는 주당 4500원이라는 낮은 가격이긴 했지만 수 만주씩 스톡옵션을 더 받아간 임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7월 상황이다. 주가가 10만원일 때도 주식을 팔지 않았던 신현필 전무가 갑자기 5만원 안팎에 16만7777주를 처분했다. 펙사벡 임상중단 권고가 나오기 1개월 전 상황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회사 임원이 임상중단 권고 사실을 미리 알고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최근 주가가 급락한 후 책임경영 차원에서 20억원의 회사주식을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다.

지난해 처분한 1000억원 주식 자금에 비하면 2% 밖에 되지 않은 금액이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3월 신라젠 주식 매각 시점과 맞물려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65억원 상당의 고급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자는 "제약이나 바이오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정보는 무척 중요하고 이를 접근할 수 있는 것도 고위직에 국한된다"며 "임원이나 대주주의 주식 매도에 대해서는 엄중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