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블룸버그.
지난 7일, 하인즈케첩을 보유한 모기업 크래프트하인즈의 실적발표장. 이제 부임한 지 4개월가량된 미겔 패트리시오 CEO(최고경영자)가 기자들과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실망스러운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자 머쓱했던 듯, '하인즈 케첩'의 150년 역사와 70%가 넘는 시장점유율에 기댄 호소를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도 크래프트하인즈는 너무 비용 절감에만 의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지난 경영방식이 잘못됐음도 시인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 2월 주가 폭락 사태를 겪었는데, 또다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 이었습니다. 2017년만 해도 주당 97달러에 육박하며 100달러 고지를 넘보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말부턴 50달러선도 붕괴됐고, 실적발표 다음날엔 하루에 14% 급락하는 등 현재는 25달러 정도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AFPBBNews=뉴스1
이는 결국 2015년 '케첩 원조' 하인즈와 치즈로 유명한 식품업체 크래프트가 합병 당시보다 브랜드 가치가 훨씬 떨어졌다고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16년 세계 4위 식품 기업으로 도약했고, 맥스웰하우스, 카프리선, 필라델피아 치즈 등 산하 브랜드들을 보유해 앞날이 밝아보였습니다. 이제는 맥스웰하우스 등 미국을 대표했던 커피 브랜드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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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크래프트하인즈의 두 번째 추락과 새로운 CEO의 어설픈 '감성 어필'을 본 외신들은 혹독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포브스는 "얕은 술책으로는 회사를 살릴 수 없다"고 했고, CNN은 "크래프트하인즈의 악몽이 끝나려면 한참 더 남았다"고 했습니다. CNBC는 "절망적인 실적 발표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크래프트하인즈.
크래프트하인즈의 몰락은 앞서 새 CEO가 말한 대로 비용절감에만 몰두한 데서 기인합니다. 포브스는 2대주주인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탈(지분율 22.2%)의 비용절감 경영법을 크래프트하인즈의 몰락으로 지적합니다. 3G는 양사 합병 이후 2500명을 해고하고, 17억달러의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몸집 줄이기에 매진했습니다.
패트리시오 CEO는 여러가지 마케팅을 시도하며 업계 1위의 힘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크래프트하인즈의 제품들은 트렌드에서 뒤처지고 있습니다.
/사진=크래프트하인즈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시카고대학이 지난 12년간 미 17만 가구의 7억회에 달하는 소비내역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시장에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면서 새로운 제품을 다양하게 구입해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그 제품만 계속해서 구입하고 기존의 제품은 더이상 구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하인즈는 더이상 오리지널 케첩 하나만으로 시장을 지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하인즈는 과거 한제품으로 유지하던 점유율을, 현재는 20여가지 새 제품을 내놓고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등한시하면 70%대의 점유율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인즈 케첩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70%가 넘습니다. 압도적인 숫자이지만 최근 5년여 사이 5~6%포인트 점유율이 감소했습니다. 워렌 버핏 회장은 지난 2월 크래프트하인즈 주가 폭락 사태를 겪고 나서 "너무 비싸게 주식을 샀던걸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흐름이 유지된다면 버핏 회장이 곧 "크래프트하인즈 주식을 산 것 자체를 후회한다"고 말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