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테이프처럼 붙여 쓰는 열전발전기 나오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8.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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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조성윤 박사팀 스폰지형 유연 열전소재 개발…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항공‧우주 분야 적용 기대

다공성 CNT 폼 소재 및 이를 이용한 유연 열전소자/자료=화학연다공성 CNT 폼 소재 및 이를 이용한 유연 열전소자/자료=화학연


국내 연구진이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처럼 구부러진 열 공급원(열원)에서도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열전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유연하게 휘어지고 종이처럼 가벼워 열원의 형태와 관계없이 어디에든 부착할 수 있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뿐만 아니라 경량화가 요구되는 자동차, 항공·우주분야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조성윤 박사팀은 유연한 열전소재 ‘탄소나노튜브(CNT․Carbon Nano Tube) 폼’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열전소재는 스폰지처럼 내부에 기공이 무수히 많은 다공성 구조다. 열전도도가 낮고,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특성을 지녔다.



열전소재는 주변 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열전소재를 이용한 열전발전은 체온, 태양열, 전자기기와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하지만 기존 열전소자는 무겁고 유연하지 않으며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무기소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때문에 신체나 다양한 곡면에 적용하긴 힘들다. 제조공정 자체도 까다로운데다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다.



연구진은 평면 형태 소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에 관심을 가졌다. 이는 전기전도도가 높고 기계적 강도도 강한데다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소재인 탓이다.

또 다공성과 표면적이 넓어 도핑의 자유도가 높아 전기적 특성 개선도 용이한 편이다. 도핑이란 순수 반도체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을 말한다.

그러나 전기전도도가 높은 만큼 열전도도도 높아 열전소재 성능 최적화가 필요하다. 또 탄소와 탄소 간 상호작용이 강한 탓에 열전소자에 적합한 두께로 적층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이에 화학연 연구진은 열전도도가 낮고, 높게 적층할 수 있는 구조의 CNT 폼(5㎜)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CNT를 분산시키는 용매의 삼중점, 즉 기체, 액체, 고체가 평형상태에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온도와 압력 상태에 기반해, 용매를 빠르게 증발시키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CNT 폼을 기존의 기공이 거의 없는 CNT 필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외부에서 열이 가해졌을 때 열전소재 내 온도차이가 2배 이상 증가, 우수한 열전 성능을 보였다. 또 열원 형태에 따라 자유자재로 부착할 수 있게 제작할 수 있다. 1만회 이상 굽혔다 펴는 과정을 반복해도 안정적인 전기적 특성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기공이 무수히 많아 변형에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스폰지형 유연 열전소재는 기존 무겁고 딱딱한 무기기반 소재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새로운 소재 개발의 가능성은 물론 다양한 열전분야의 응용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 분야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에 게재됐다.

열전분야 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회사인 IDTechEx의 시장조사자료에 따르면 열전소자 세계 시장규모는 지난해 2억7400만 달러(약 3322억원)에서 2022년에 7억4600만 달러(9045억원)로 연평균 약 54%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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