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했다, 미안" 홍콩 공항 시위 주춤…中 '군 투입'경고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8.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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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사과 성명·공항 추가시위 보류 … 오는 18일 대규모 도심 집회 예고해

14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대에 참가한 시민들이 전날 벌어진 난투극에 대해 사과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14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대에 참가한 시민들이 전날 벌어진 난투극에 대해 사과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대규모 결항 사태를 불러온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가 법원의 임시 명령과 시위대의 사과로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를 '테러'로 규정한 데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까지 엄포를 놓으며 군대 투입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등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 일부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항공편 지연을 불러오거나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홍콩의 젊은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워나가는 가운데 여러분의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홍콩인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성명은 지난 13일 밤 홍콩 공항에서 벌어진 시위대의 난투극 등을 두고 "만성적인 정신적 압박과 도발에서 비롯된 과민반응이었다"고 인정했다. 성명은 "많은 홍콩인들은 공포와 부조리를 경험하면서 지쳤고, 편집증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공항 점거로 인한 대규모 결항으로 수천 명의 승객에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였다. "항공편 취소, 여행경로 강제 변경 등으로 사흘동안 발이 묶이게 된 것은 당신들이 원래 겪었어야 할 일도 아니고, 원했던 바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추구하는 청년들을 위해 우리의 어려움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시위대는 공항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장소라 생각해 이곳에서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SCMP에 따르면 "우린 절박했다. 어제 일어난 일은 미안하다"라는 피켓도 공항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3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대가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공항 카트를 위해 바리케이트를 쌓고 있다. /사진=AFP13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대가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공항 카트를 위해 바리케이트를 쌓고 있다. /사진=AFP
3만7000여 명이 속한 공항 점거시위 본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공항 시위를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메시지를 통해 "13일 벌어진 일은 흠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농성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스스로와 동료에 대한 신뢰를 쌓고 우리가 한 일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심 시위는 계속된다. 홍콩 도심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18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을 하겠다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한편, 전날 오후 2시 공항 당국은 홍콩 법원의 '임시 금지 명령'을 공항 곳곳에 게시했다. 이는 공항의 지정된 장소 외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원이 허가한 장소는 공항 도착층 양쪽 출구 근처 두 곳에 불과해 사실상 추가 시위를 금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명령에 불응한다면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9일부터 점거 시위가 벌어진 홍콩국제공항은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들며 12일과 13일 이틀 연속으로 항공편을 전면 취소했다. 11일까지만 예정된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에는 12일 낮 도심에서 경찰의 '주머니탄'으로 한 여성이 오른쪽 눈을 맞아 실명했다는 소식이 발단이 됐다.


시위가 극에 달한 13일 밤에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기자, 잠복경찰 의심 남성 등 중국 본토인 2명이 시위대에 억류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불법 집회와 경찰 폭행 등 혐의로 5명을 체포했다. SCMP에 따르면 공항 점거 시위가 벌어진 지난 9일~14일까지 979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이 중 421편이 난투극이 벌어진 13일에 취소됐다.

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체육관에 모여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습. /사진=AFP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체육관에 모여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습. /사진=AFP
한편 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데 이어 선전으로 인민해방군 병력의 이동 모습이 포착돼 군 투입을 통한 강경 진압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14일 북경청년보 산하 위챗 계정인 정즈젠에 따르면 중국 동부 전구 육군은 자체 위챗 계정 ‘인민전선’을 통해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오후 들어 삭제했다. 정즈젠 계정에는 선전 춘첸체육관에 집결한 군용색 차량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같은 날 중국중앙(CC)TV는 "중국 전역 공안기관이 대규모 훈련을 벌였다"면서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역시 같은 날 공항 점거 시위를 두고 "심각한 폭력행위이며 테러리스트 같았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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