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韓 소통방식 문제" 44년차 日언론인의 지적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8.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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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내 생각·느낌 전하는 '아이 메시지' 부족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소통 방식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됐다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제기됐다. 일본 중견 언론인은 "한국에게 닿을 말을 고민해야 한다"며 한일관계에 있어 아베 정권의 발언을 신중히 할 것을 당부했다.

12일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마이니치신문 특별편집위원은 '한국에게 닿는 말을(韓国へ届く言葉を)'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1975년 마이니치신문에 입사한 야마다 편집위원은 후쿠시마지국 차장, 정치부장, 도쿄 본사 차장 등을 역임해 2007년부터 월요일 조간 칼럼 '풍지초(風知草)'를 맡아왔다. 2014년에는 칼럼으로 일본기자클럽상을 받기도 했다.



야마다 편집위원은 이 칼럼에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전하는 것은 신뢰 관계 구축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일본의 한국과의 외교에서 부족한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야마다 위원은 지난 6일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답변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킬 것이냐는 신뢰의 문제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고,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어기고 있다"며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야마다 위원은 "총리는 '국제 상식'을 통해 한국을 비난하고 설교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아이메시지·I message) 방식으로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가상의 답변을 작성했다.

야마다 위원은 가상 답변으로 "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의 해석을 놓고 양국 간에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다. 또 양국 간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동의한다"며 "나는 한반도 출신의 전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의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는 문재인 정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국제협약·협정을 맺은 이상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분쟁이 생기면 협정 제3조에 근거해 한일중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규칙이고 일본의 총리로서 이를 제안했으나 문 정권은 응하지 않는다. 전임자들이 앞서 이룬 합의의 근간을 지키고 싶다"라고 썼다.

이어 수출규제가 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인지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제시한 일본 정부의 반론에도 '아이메시지'가 부족하다고 야마다 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관방장관도, 경제산업상도 규제는 안보상의 판단이라고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사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또한 아이메시지로 재해석해 답변을 작성했다.

그는 대안이 될만한 답변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나왔으나 문재인 정권이 번복했고, 지난해 징용 배상을 인정한 판결도 나왔다. 핵 비확산과 군사 전용 가능 물품의 수출 등을 둘러싼 한일 당국 대화는 2016년 이후 열리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것에 불만이 있어 이번 수출 관리책을 마련했다"며 "정치선전에 굴복하지 않겠지만 성실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야마다 위원은 "한국 사람들의 양식에 맞도록 노력하며 한일간의 신뢰 관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닿을 말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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