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0% 오른 SKC, 전문가들 "더 오른다" 전망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9.08.1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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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모빌리티 소재업체로 사업구조 고도화 계획 발표한 SKC, "2021년 10만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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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화학제품 제조업체 SKC (110,400원 ▼300 -0.27%)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 들어 주가가 3만5450원에서 4만2850원으로 20% 넘게 올랐다.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스페셜티(고부가) 화학업체에서 '모빌리티(배터리)·반도체·친환경' 소재업체로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SKC 주가가 더 성장할 여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연말까지 배터리 소재 동박 제조업체 세계 1위를 달리는 KCFT(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점, 화학 사업부문을 분할한 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의 자회사인 PIC에 지분 49%를 매각해 별도 합작사를 세우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973년 선경석유로 출발…고부가가치 화학업체로 성장

SKC는 SK그룹 창업자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1973년 7월 설립한 선경석유로 출발했다. 1977년 12월 한국 최초로 폴리에스테르 필름을 개발했다. 이후 비디오 테이프, 플로피 디스크, 레이저 디스크 등을 연이어 개발하는 등 필름의 대표기업으로 활약해 왔다. 1987년에 SKC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1991년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산화프로필렌(PO) 국산화를 실현하며 화학사업에 진출했고 1997년 7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 등의 화학산업 뿐 아니라 PET필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인더스트리 소재(포장, 디스플레이, 열수축, 태양광 필름) △화학(윤활제, 화장품, 가전제품 등) △전자재료(반도체 부품) △BHC(뷰티헬스케어·화장품, 건강식품) 등으로 사업부문이 나눠져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SKC의 사업부문별 비중을 파악할 수 있다. SKC는 2분기 6390억원의 매출과 4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쯤 하락했지만 시장의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치다.

인더스트리소재 사업부문의 매출이 2565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화학 사업부문은 매출 2023억원에 영업이익 298억원이다. 화학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특히 높은 이유는 글로벌 무역분쟁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적절한 전략을 세워 판매량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로필렌글리콜(PG)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이 밖에 반도체 부품과 BHC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02억원과 67억원을 기록했다.


◇승부수 띄운 SKC, 배터리 핵심 부품 '동박' 세계 1위 업체 인수에 화학사업 지분 매각까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서도 SKC는 승부수를 띄웠다.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것이다. 올해 안에 KCFT 지분을 100% 인수하기로 했는데 총 투자금액이 1조2000억원 상당이다. SKC의 시가총액(1조6084억원)과 맞먹는다. 이렇게 큰 자산을 인수하는 이유는 SKC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동박은 리튬배터리의 음극집전체로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발생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생산·판매되는 거의 모든 모바일용 기기에 리튬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지면 리튬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

업황도 나쁘지 않다. 2023년 이후 친환경차량 판매 의무제도로 인한 전기차 투자 확대 등으로 동박 시장이 더 성장할 전망이다. SKC는 2023∼2025년 사이 연평균 10만톤 이상의 동박이 수요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SKC는 2025년까지 연간 13만톤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KCFT 인수는 SKC(동박)·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에서 SK이노베이션 (111,100원 ▼1,600 -1.42%)(배터리)로 이어지는 SK그룹의 배터리 수직 계열화 완성의 마무리 단계다.

이를 위해 SKC는 화학사업 지분 49%를 매각하기로 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의 자회사인 PIC에 지분을 넘기고 1조4500억원 규모의 합작사(JV)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매각 대금 5560억원을 동박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지만 단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만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화학 사업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면 긍정적인 요소가 크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해 현재 연 평균 33만톤을 생산하고 있는 PO를 연 100만톤까지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어 중장기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밖에 SK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합작설립했던 SKC코오롱PI (21,000원 ▲100 +0.48%) 경영권 매각도 진행하면서 신사업 관련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사들, 나란히 SKC 목표주가 상향 조정…"2021년 10만원도 가능"

올해 2분기 SKC의 실적과 앞으로의 사업구조 고도화 계획을 접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나란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SKC의 목표주가를 5만4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올렸다. 특히 2021년까지 10만원으로 추가 상향할 계획이 있다는 입장이다. KB증권은 4만5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대신증권은 5만원에서 6만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5만원에서 5만3000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높였다.

성장성이 큰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한 것이 고평가를 견인했다. 기존 SKC 필름 기술과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SKC가 지분을 인수할 KCFT의 향후 5년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연평균 25% 안팎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CFT 인수를 통해 비화학 사업부문의 성공적인 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KCFT는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9.5%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동박 제조와 관련한 높은 기술력과 기존 SK그룹과의 장기 시너지까지 고려하면 KCFT 인수는 향후 사업구조 변화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사업들이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화학 사업부문은 PG 등 고부가 제품 확대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인더스트리소재 사업부문도 고부가 제품이 늘어나고 추가 일회성 비용이 줄어들면서 해외 법인들이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자재료 사업부문도 증설 효과로 인해 매년 20% 이상 매출액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2조7678억원이었던 SKC의 매출액이 올해 2조7914억원, 2020년 3조3570억원, 2021년 3조7074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전망치도 올해 2085억원, 2020년 3190억원, 2021년 4012억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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