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비서관) 3인방이 청와대의 대일본 대응 전면에 나섰다.(왼쪽부터)/사진=머니투데이
4일 현재 김 실장은 상황반장, 윤 실장은 TF(태스크포스)팀장 격으로 비상대응 조직에 포함됐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측근이다. 김현종 2차장은 외교협상 전문가인데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문재인정부 기조를 잡는 핵심인물이다.
김 실장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초기, 일본이 보복할 수 있는 품목리스트 이른바 롱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긴 했지만 정부가 대응을 준비해 왔음을 드러낸 일이다. 3인방 중 가장 지위가 높아 청와대 대응을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안되겠어. 제2 한일합방이 되겠어"= 김현종 차장은 청와대 '극일' 기조를 이끌고 있는 대일 강경파다.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그는 참여정부 통상교섭본부장(2004~2007)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앞장섰던 확실한 무역개방론자다.
같은 시기 EU(유럽연합), 캐나다 등 주요국과 동시다발 FTA도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가 중시한 건 '개방' 자체보다 개방을 통한 '국익'이란 게 주변의 평가다. 김 차장이 참여정부에서 처음 맡은 게 통상교섭조정관(2003~2004)이다. 현안은 한일 FTA였다. 전임 정부부터 기정사실화됐던 현안이었다. 참여정부에서 계산서를 두드려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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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취약했다. 충분한 반대급부 없이 시장을 개방하면 국내산업에 타격이 예상됐다. 김 차장은 2004년 초 도쿄에서 열린 2차 협상중 "안되겠다"며 협상전략을 다시 짜기에 이른다. 면밀한 검토 끝에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2월 한일FTA 추진을 접는다.
김 차장은 저서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2010)에서 "일본에 경제적으로 예속되는 제2의 한일합방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 회고했다. 책에는 이밖에도 '제2의 한일합방'이란 표현이 더 나온다. 당시 국내 부품소재업계를 직접 돌아다니며 한국 산업의 일본의존도를 절감했다. 김 차장은 통상 외 어떤 분야라도 국제적 협상과 딜(거래) 분야에선 청와대내 최고로 평가된다. 대일·대미 외교전에 키맨으로 불리는 이유다.
◇文 복심 윤건영의 '그립' = 윤 실장은 정부가 마련하는 일본 대응 정책과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간 '싱크로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오랜기간 보좌했고 문 대통령이 대북 특사단에 보냈을 만큼 신뢰도 두텁기 때문. 청와대가 지난 2일 김상조 상황반장-윤건영 TF팀장을 발표하자 두 사람의 역할을 바꿔 말한 것 아니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는 그러나 "대외적인 상황과 국내 대응 정책들을 총괄하고 분석 판단을 하는 게 상황반"이며 "이를 실행하는 실무 TF팀"으로 설명했다. 윤 실장이 국정기획상황실에서 정부 각 부처를 점검해온 만큼 실무 조율을 맡기기에도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조·현·영이라는 삼각편대를 앞세워 일본이 걸어온 경제전쟁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