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도발]日제품 불매에도 화장품株 '지지부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9.08.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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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업황에 "日 원료 쓴 제품도 사지 말자" 분위기까지…주가 악영향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화이트 리스트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화이트 리스트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하면서 앞으로 화장품 관련 주가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장품 관련 종목은 일본이 1차 경제 보복을 가한 지난달 초 이후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168,400원 ▼5,000 -2.88%)은 지난달 1일 16만40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13만3500원으로 19% 하락했고, 같은 기간 한국콜마 (49,850원 ▲450 +0.91%)도 6만1000원에서 5만4100원으로 12%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소형 화장품 업체들도 모두 하락세다. KCI (7,410원 0.00%), 리더스코스메틱 (3,570원 ▲60 +1.71%), 코리아나 (3,085원 ▼25 -0.80%), 클리오 (34,000원 ▼500 -1.45%) 등도 지난 1개월간 주가가 15∼25% 빠졌다.

당초 화장품 관련 종목들은 지난달 초 일본이 1차로 고순도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할 때만 해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본 화장품 수요가 줄고 국내 화장품 수요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일본산 원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한 화장품 원료는 1억3500만달러 규모로 전체 수입된 원료 중 24%를 차지한다. 단일국가 중 비중이 가장 높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화장품 원료가 포함될 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번 수출 규제 품목에 화장품 원료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2차 경제 보복으로 오히려 국내 반일감정이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하고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감정이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되면서 일본 제품뿐 아니라 일본이 투자한 회사의 제품이나 일본 원료를 쓴 제품까지 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일본과 관련이 있는 종목은 '손도 대면 안된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이유 등으로 주가가 하락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반일 분위기도 분명 화장품 관련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당분간 화장품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뿐 아니라 한국 화장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 악화 등 악재가 계속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들어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화장품 수출은 부진한 모습"이라며 "이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화장품 업종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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