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려 일본 정부를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을 단행하자 국제통상법상 분쟁 해결에 초점을 두고 직접 공세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곧 일본 정부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논의하기 위한 양자협의가 필요하다는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공식 양자협의 요청은 WTO 분쟁해결절차에 관한 양해(DSU) 절차의 첫 번째 단계로 사실상 WTO 제소를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장을 중간에 수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본의 법 위반 증거를 최대한 확보한 이후 제소를 해야 할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GATT 제11조 제1항도 문제다. 이 조항은 WTO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특별한 사유 없이 회원국간 수출 물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데 지난달 4일부터 한국으로의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조치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현재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GATT 제20조 제(d)항과 제21조 제(b)항에서 예외적 조치 등을 허용한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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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역시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제20조 제(d)항은 GATT에 합치하는 국내법 준수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자국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전략물자수출통제제도가 일본보다 미흡하거나 일본의 수출통제제도를 위반하고 있다는 정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21조 제(b)항 역시 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 국가안보를 어떻게 저해했는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GATT 11조 1항 위반을 우선 주장하고 제1조 1항 위반은 예비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에 우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발언한 것처럼 일본 정부의 공식 주장인 ‘국가 안보’ 목적과 맞지 않다는 것을 WTO 제소 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