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금리 내리고도 욕 먹은 파월…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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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FOMC 10명 중 2명이 '금리인하' 반대…"파월, 확신 없어 보여" 향후 경기지표 따라 추가 금리인하 여부 결정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늘 그래왔듯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또 우리를 실망시켰다. 시장이 그로부터 듣고 싶었던 건 이번 금리인하가 길고 공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트윗이 시장의 마음을 대변한다. 연준이 10년여년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뉴욕증시는 오히려 급락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꺾으면서다. 파월 의장은 왜 시장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었을까?



여전히 튼튼한 미국 경제를 이유로 단 한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반대하는 2명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예고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2.25%로 낮아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또 연준은 일종의 양적긴축(QT)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8월 중 종료키로 했다. 앞서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를 9월말까지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유자산 축소란 중앙은행이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시중의 자금을 회수하는 통화긴축 정책을 말한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통화긴축 국면이 끝났음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글로벌 경기전망과 낮은 물가압력을 고려해 금리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금리인하는 만장일치로 결론난 게 아니다.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가운데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 총재과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등 이른바 '매파'(통화긴축주의자) 2명이 금리동결을 주장하며 금리인하에 끝까지 반대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비둘기'(통화완화주의자)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는 "이번 금리인하는 '중간 사이클'(mid-cycle)의 조정"이라며 "이건 장기적인 일련의 금리인하의 시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인하가 이번 한번으로 끝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시장은 올해 중 추가로 2∼3차례의 금리인하를 기대해왔다.

이 발언이 나오자 뉴욕증시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75포인트(1.23%) 떨어진 2만6864.2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32.80포인트(1.09%) 내린 2980.3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98.19포인트(1.19%) 내려앉은 8175.42에 마감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워드 맥카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늘 파월 의장은 확신이 없어 보였다"며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 금리인하에 반대한 2명의 FOMC 위원이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차단한 건 아니다. 그는 "만약 실제로 경기가 악화되고 금리인하가 필요해진다면 우린 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로 꼽은 건 글로벌 경제와 위험 요인 2가지다. 글로벌 경제는 유럽과 중국의 경기, 위험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을 말한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긍정적"이라며 "우리가 우려하는 건 글로벌 경제"라고 했다. 만약 유럽 또는 중국발 경기둔화로 미국 경제까지 타격을 받는다면 금리를 내릴 이유가 된다는 뜻이다.

슈왑센터의 콜린 마틴 이사는 "연준은 앞으로 경기지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판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적극적인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증시와 엇박자가 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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