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소방관 노조 허용, 불 제대로 끌 수 있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권혜민 기자 2019.07.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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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약비준 갈등]문답으로 본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요구 중장기 과제로 미뤄

편집자주 "일고의 가치도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의 3개 핵심협약(29호, 87호, 98호) 중 '결사 자유 협약'과 관련한 정부 입법안이 30일 공개되자 나온 민주노총의 첫 반응이다. 경영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고자의 노조가입' 등 국내 경영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만든 정부안의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MT리포트]소방관 노조 허용, 불 제대로 끌 수 있나


정부가 3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해 3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해고자·실직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을 담은 정부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노사관계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다. ILO 핵심협약 비준, 3개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①해고자·실직자 노조원, 회사 누빌 수 있나.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노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해고자·실직자도 개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경영계에선 기업에 근무하지 않는 시민단체 활동가, 상급단체 간부 등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고용부는 해고자·실직자의 노조 활동이 기업 운영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해고자·실직자가 노조에 가입하려면 노조가 규약을 통해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해고자·실직자가 사업장 출입, 시설 사용을 하려면 노사 합의 또는 사업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 사업장에는 재직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업 비밀 공간이 많다"며 "해고자·실직자는 노조 사무실, 교섭을 위한 회의장 방문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소방관 노조 허용, 불 제대로 끌 수 있을까.
고용부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방공무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었다. 화재, 사고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국민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직무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ILO는 2006년, 2007년, 2009년에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한국에 권고했다.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선 소방관 노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었다. 단 노동 3권 중 하나인 단체행동권은 여전히 제한된다. 파업을 할 수 없기에 화재진압 등 대국민 행정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게 고용부 판단이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30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개악 발표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규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9.7.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30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개악 발표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규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9.7.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③병역특례 손흥민, 군대행?
ILO 협약 29호(강제노동 금지)는 정부가 법 개정 없이 비준을 추진 중이다. 의무병역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비자발적 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29호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 제도는 ILO 협약과 배치된다. 병역특례를 받은 손흥민 선수가 군대에 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고용부는 협약을 비준해도 보충역 제도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ILO가 비군사적 복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고 관련자 수도 적다면 협약 위반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산업기능요원, 공익법무관, 공중보건의사, 예술·체육요원 등은 선택권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개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공익근무요원은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④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요구 빠진 이유.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근로자 단결권이 강화된다면 기업의 방어권 역시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 처벌 규정 삭제를 지속 요구해왔다. 노조 파업에 대응하려면 대체근로 제도가 필요하고 또 부당노동행위를 형법상 범죄행위로 취급하는 건 과하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경영계 요구 사안을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당장 결론 내기엔 노사 입장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또 대체근로제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ILO 판단을 언급했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기업 측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⑤왜 29년만에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하나.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하면서 핵심협약 8개를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차별금지, 아동노동 금지 관련 협약 4개만 비준했다. 결사의 자유, 강제근로 금지를 담은 협약은 비준하지 못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관련 공약을 내놓으면서 탄력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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