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매각설·도매상 할인이벤트 반발…위기의 오비맥주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07.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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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8월까지 한시적 출고가 할인 이벤트에, 도매상들 "재고분 손해보고 팔라는 거냐" 반발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2019.3.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2019.3.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비맥주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오비맥주 매각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회심의 카드로 내놨던 깜짝 가격 할인이벤트는 주류 도매상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최근 다시 매각설에 휘말렸다. 오비맥주 모회사인 AB인베브가 외국계 증권사들을 통해 국내 유통 대기업,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오비맥주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AB인베브가 홍콩 아시아법인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나온 소문이었지만, 이미 유동성 위기는 호주 사업 부분 매각으로 해결했다는 것. 실제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CEO는 25일(현지시간) 미국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호주 자회사를 113억 달러(약 13조 3500억원)에 매각해 추가 매각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한달여간 깜짝 이벤트로 진행하는 가격 할인 행사를 두고도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오비맥주는 지난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카스 맥주의 출고가를 패키지별로 약 4~16% 인하해 공급하기로 했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4.7% 내려간다.



올해 4월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비용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주요 맥주 출고가를 2년 5개월만에 평균 5.3% 인상했다. 이번 할인 이벤트로 카스 병맥주(500ml) 출고가는 가격 인상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지난 26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와 관련 긴급이사회를 열고 반대 의견을 모았다. 중앙회는 오비맥주의 도매사 PC 접속과 자료요청 거부, 행사 불참,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오비맥주가 출고가 인상 이후 4개월여만에 출고가를 다시 내리면서 유통 거래선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다.

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 전과 7월 주류 리베이트 관련 고시 시행 이전에 물량을 많이 받아놨는데, 이제와 한달간 할인을 한다고 하면 기존 재고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오비맥주가 할인한다고 공표해놔서 물량 받는 업체쪽에서 가격 할인을 요구할텐데 우리가 그 손해를 떠안으라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주류도매상들은 이 같은 오비맥주의 할인 이벤트가 잘 나가는 하이트진로 맥주 '테라' 견제용이라고 분석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테라가 3월 출시 이후 기존 가격을 그대로 갖고 가면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다 보니 (오비맥주가)이에 맞춰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 효과에 따라 오비맥주가 9월 이후에도 가격을 쭉 인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류도매업중앙회뿐 아니라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도 가격 인하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철회하지 못한다면 재고를 반품하거나 인하분만큼 제조사에서 보상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매·유통 협회의 반발에도 오비맥주는 할인 이벤트 철회는 없다고 못박았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출고가 할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 가격 할인은 일부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적용될 수 있지만 식당, 유흥주점 등에서 가격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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