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김홍중 코베리 대표(6)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7.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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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생각보단 훨씬 더 어려워... 자금이 제일 큰 문제"

김홍중 코베리 대표/사진제공=코베리김홍중 코베리 대표/사진제공=코베리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김홍중 코베리 대표)

'1억이면 되겠지' 하면 3억 든다. '1년이면 되겠다' 싶은데 3년 걸린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면 잘될 거야' 했는데 안 된다. '이 사람만큼은 도와주겠지' 했지만 뚜껑 열면 다르다.

김홍중 코베리 대표가 말하는 '창업'이다. 그에 따르면 꿈만 있어도, 기술만 있어도 안 된다. 예상치 못한 자금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김 대표는 "준비가 덜 됐다면 서둘지 말라"며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막상 창업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데도 다시 태어나면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답한 이유는 뭔가.



김 대표: 이제 다시 하면 좀 더 잘하겠지. 하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거 같다. 그것도 그렇고. 어차피 인생 한 번 산다. 'My way'(마이웨이)다. 내 의도대로 살아야 되지 않겠나.

◇CEO가 되다

"교수님, 괜찮은 전기 업체 한 곳 소개해 주십시오. 3년 정도 다니면서 배우려고 합니다. 그 뒤엔 창업하려고요. 사업 구상도 대략 해놓았습니다."


1990년 대학 4학년(전기공학과) 때다. 유능한 교수가 한 분 있어 김 대표는 그를 찾았다. 돌아온 대답은 "뭐 돈부터 벌려고 하느냐. 외국 가서 공부나 좀 더 해라"였다. 공부는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교수는 재차 강조했다.

1991년 1월4일, 일본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교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도쿄도시대 전기공학과에 입학, 그곳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그리곤 히타치연구소에 들어갔다. 업적은 눈부셨다. 13년간 80건가량의 특허를 주도했으니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 출원한 것까지 합하면 모두 218건이나 됐다.

2009년 돌연 귀국길에 오른다. 창업을 위해서다. 그동안 쌓았던 R&D(연구·개발)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도 고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홀로였다. 가족들은 일본에 뒀다. '빨리 자리 잡아서 데리고 오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가족들은 2019년 현재도 일본에 있다)

2010년 서울 영등포. 13㎡(4평)짜리 사무실을 빌렸다. 간판은 '코베리'(Kovery)로 내걸고 리니어모터 개발에 전력했다. 리니어모터는 직선 왕복 운동을 하는 초정밀 모터다. 이를테면 XY스테이지를 빠르고 정확히 구동하는 부품이다. XY로봇을 초정밀하게 움직이고, 초정밀하게 서도록 한다. 코베리가 최종 개발한 리니어모터의 초정밀 수준은 나노미터(㎚)급이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다.

만만찮았다. 현재까지 오는 데 그랬다. 창업 당시 김 대표는 이랬다. '1년 정도 개발하고, 2년차에 판매하고, 3년차쯤 자립할 수 있겠지.' 웬걸, 어느 정도 매출이 일어나기까지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무모한 도전이었죠. 보통은 뭔가를 팔면서 그 수익의 일부를 R&D에 투자하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100% R&D에 매달렸죠. 그다음 생산하고, 그걸 팔아서 먹고살려고 했으니까요."

더디고 더뎠다. 매출이 없으니 R&D 자금은 늘 말랐다. 천신만고 끝에 나노미터급 리니어모터를 개발했지만, 그럼 뭐하나. 양산할 방법이 없었다. 양산 설비를 갖추려면 돈이 필요한데, 은행도 외면했다. 매출 없는 회사를 어느 은행이 반기나. 서러웠다. '무형 자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은 왜 없나.'

'그만할까...' 그럴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의 고생이, 개발한 (특허)기술이. 아까웠다. 모터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하기 때문이다. 리니어모터 쪽에선 특히 그렇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일본의 기술보다 앞서 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생산량의 30%가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게 그 방증이다.

그는 이제야 한숨 돌린다. 코베리 모터가 일본으로 수출된다니 국내에서도 알음알음 찾는 데가 있어서다. 최근엔 본사도 확장 이전했다.

"초정밀 모터 최강국 일본으로 수출하죠. 보람이 큽니다. 리니어모터만큼은 이론적으로 일본을 앞섰습니다. 하지만 드라이버, 컨트롤러 등 주변 기술이 열악하죠. 이걸 보강하고 싶은데, 늘 그랬듯이 개발 비용이 문제죠."

◇중기청원

무언가를 국산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외 성공 케이스를 그대로 답습하면 되니까. 우리 같은 업종은 아이디어부터 짜내서 해외 유수의 기업을 뛰어넘어야 하는 분야다. 매출보다 개발이 먼저다. 늘 자금난에 허덕이는 까닭이다. 정부가 장기적 안목을 가졌으면 한다. R&D를 선행하는 기업들에 지원 좀 해 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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