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조사 결과, 5세 이하 아동의 혈중 납 수치가 1년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납중독 치료가 필요한 상황. 오염된 강물을 노후화된 수도관으로 끌어다 쓰면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결국 2016년 1월 미시간주 전체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플린트시의 수질문제는 공공보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됐다.
그러나 이런 시민들의 믿음을 뒤집을 만한 일들이 최근 연이어 터졌다. 인천 붉은 물, 대구 녹물·페인트 수돗물 파동 등과 함께 6월 20일에는 관리가 더 잘 된다는 서울시에서도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와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서울시는 결국 이 일대 아파트에 '수돗물 식수 사용 중단'이라는 긴급조치에 나섰다.
아파트 5개 단지의 저수조의 청소를 진행 후 깨끗한 물을 받으면서 붉은 수돗물 현상은 끝났다.
서울시의 발 빠른 대응에 시민들은 한시름 놓았지만 과연 서울시만의 문제이고, 시민들의 우려는 불식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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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성과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수도 수송관 1만1479㎞ 중 경년관(내구연한 30년을 지난 관)은 1024.4㎞로 9.6%다.
특히 서울은 30년이 지난 경년관 비율이 31.5%로 가장 높고, 부산 대구 울산 등 다른 대도시도 경년관 비중이 15~25%다. 우리나라 노후 상수도관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최근 일련의 수돗물 사태로 시작된 노후 상수도관에 대한 불신은 불안으로 이어진다. 유독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비율이 낮은 것도 '낙동강 페놀 유출' 등 수질 관련 사고들 속에서 불신의 포인트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노후화된 상수도관 교체를 약속했지만 더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수돗물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나 하인리히 법칙(1건의 대형사고 발생 전에 같은 원인의 29건의 경미한 사고, 또 그 이전의 300건의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법칙)은 유효하다. 징후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세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