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실적 좋네…하지만 문제는 강달러"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7.23 06:56
글자크기

[월가시각] 달러화 가치 한달새 1.4%↑…하반기부터 中 보복관세 영향 본격화

"생각보다 실적 좋네…하지만 문제는 강달러"



"강달러가 기업 실적에 가장 큰 위협이다. 문제는 강달러가 3/4분기에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렉리서치 공동창업자)

미국 기업 실적은 시장의 예상보다 좋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2/4분기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은 그렇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소속 기업들 가운데 지난주까지 실적을 발표한 곳은 약 75곳.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이 가운데 79%의 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다. 67%는 매출 전망치를 넘어섰다. 당초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하반기다. 6월부터 발동된 중국의 보복관세의 영향이 3/4분기부턴 오롯이 반영된다. 달러화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는 약 한달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 2/4분기 실적 자체보다 경영진의 실적 전망에 시장이 더 주목하는 이유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이번주 어닝시즌(실적발표기간)의 클라이맥스를 맞아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70포인트(0.07%) 오른 2만7171.9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8.42포인트(0.28%) 상승한 2985.0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57.65포인트(0.71%) 뛴 8204.14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다. 특히 애플은 2% 넘게 뛰었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마이크론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등 반도체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생산재료 수출규제와 무관치 않다.


이번주 S&P500 소속 기업들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 초대형 기술주들도 실적을 내놓는다.

콜라스 공동창업자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며 "2/4분기 기업이익 성장률은 평균 1% 정도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하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은 75.5%, 한꺼번에 50bp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24.5%다.

CFRA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예상보다 좋은 2/4분기 기업 실적과 이달말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상대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경제가 실제로 둔화했을 때 금리를 더 낮추는 것은 연준 입장에서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지금 움직이는 게 아주 싸고, 생산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준은 (지난해)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금리를 올리고 긴축했다"며 "달리 말하면 그들은 아주 큰 실수를 했다. 다시는 실수하지 말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상승이 거의 없는 데도 우리는 불필요하게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내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이는 상황을 잘못 이해한 연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적긴축(QT)도 계속되면서 우리나라가 (외국과)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연준의 긴축은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돈을 쏟아붓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했다. 강달러 탓에 수출이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이날도 달러화는 강세였다. 이날 오후 5시10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14% 오른 97.29를 기록했다.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최근 한달 동안에만 1.4% 뛰었다.

통상 정책금리가 인하되면 대내외 금리차에 따라 통화가치가 떨어지지만, 지금처럼 다른 나라들도 동시에 통화완화에 나선다면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개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은 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은 전장 대비 0.08% 하락한 온스당 142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포마 파이낸셜 인텔리전스의 라이언 나우만 전략가는 "지금까진 기업들의 실적이 괜찮다. 기업들이 낮은 기대치를 넘어서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의 성장률이 여전히 낮거나 심지어 역성장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