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앞에서 주민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나주SRF열병합 발전소 시험가동 반대 집회가 열렸다. 2019.05.09. /사진=뉴시스
하지만 발전소를 지금까지 가동을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 반발 때문이다. 주민들은 SRF를 '쓰레기연료'로 규정하면서 이를 태울 경우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배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등 타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나주로 가져다 태워야 한다는 것도 반감을 키웠다. 주민들은 연료를 LNG로 전환하거나 사업을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자 한난과 범시민대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전남도, 나주시등은 올해 초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를 꾸리고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논의 끝에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3개월 시험가동과 주민수용성 조사 실시'라는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주민 조사를 통해 발전소 연료를 SRF나 LNG 중 하나로 정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였던 상황은 공사 이사회가 지난 5일 합의안 의결을 보류하면서 다시 수렁에 빠졌다. 이사회는 LNG 사용방식을 결정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공사의 손실보전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NG 연료 전환시 연료비가 증가하고 SRF 시설에 투입한 매몰비용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사회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사 손실이 커질 경우 지역난방 요금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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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외 다른 지역에서도 SRF 발전 사업을 두고 비슷한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강원 원주, 경기 포천, 경기 여주 등 SRF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던 지역에서 주민들의 집단민원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충남 예산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LNG 연료 전환을 합의했다.
계속되는 갈등에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SRF 발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던 정부가 발을 빼며 갈등 중재에도 미온적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SRF 발전을 쓰레기 소각과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부각되자 지원을 축소할 방침이다. 오는 10월부터 신규 SRF 발전소 대상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는 '0'으로 없어진다. 사실상 신재생에너지에서 SRF를 퇴출하는 조치다.
한난 관계자는 "나주 SRF 발전소는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이라는 공익 목적으로 추진돼 환경영향평가, 주민수용성 확인 등 합법적 절차를 거쳐 준공됐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한 SRF 사업의 매몰비용 등 손실을 공사가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